[기선완 교수의 좌충우돌 아랍주유기]⑦ 다음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입력 2018-07-16 13:21
단일 종목으로 전세계를 흥분시키는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제 4년 후에 다음 월드컵이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린다.

아라비아 반도의 여름철 기온은 섭씨 50도에 육박하므로 다음 월드컵은 겨울에 열릴 것이라고 한다. 유럽의 주요 리그들은 모두 겨울에 시즌이 이어지므로 카타르 월드컵 일정의 조정이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축구 팬들의 목을 적셔 줄 시원한 맥주와 소세지 안주가 경기장에서 허용될 것 같지 않다. 카타르는 엄격한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까닭이다.

카타르는 적극적인 가스전 개발과 두바이의 성공을 모델로 삼은 개방과 경제 개혁으로 중동에서 일인당 국민소득이 최고인 국가로 도약했고 월드컵까지 유치했지만 종교적으론 두바이보다 더 보수적이다.

이슬람 국가에선 술과 돼지고기가 엄격히 제한된다. 카타르는 인구가 약 260만명 정도이며 이중 카타르 내국인들은 약 30만명 정도되는 중동의 소국이다.

UAE의 국부 쉐이크자이드가 UAE의 한 부족국가로서 연방을 구성하여 같이 독립하자는 제안을 하였으나 무산되고 1971년에 독자적으로 독립하였다. 원래 진주 채취업을 하는 빈곤한 국가였으나 석유가 발견되면서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

그러나 바레인처럼 사우디에 의존적인 부속 국가 정도의 위상이었다. 그러다가 1995년 당시 왕세자였던 전임 국왕 쉐이크 하마드가 자신의 부친이 스위스에 휴가간 사이에 아버지를 쫓아내고 스스로 국왕이 되었다.

걸프만 주변의 왕정국가들은 왕위 승계에 매우 민감하여 자신의 친 아버지를 내몰고 왕이 된 하마드 국왕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국왕이 된 쉐이크하마드는사우디의 눈치를 보던 아버지와 달리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해저 천연가스 개발과 경제 개혁으로 카타르를 최고의 부국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알자지라 방송을 만들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중동의 민감한 정치 상황이나 중동 왕족들의 치부를 과감하게 보도하게 했다. 지금 알자지라 방송은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중동의 언론으로 우뚝 섰다.

쉐이크하마드는투명한 경제 정책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정치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여성의 사회참여 보장과획기적인 교육 투자와 같은 신선한 정책으로 카타르를 완전히 새로운 나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소국임을 자각하고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큰 국제 행사 유치에 나섰다.

월드컵도 이런 국가적인 계획에 의하여 유치된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서 카타르는 역내 적대 세력이나 걸프만의 왕정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란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비공식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카타르의 이런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미 공군 기지와 미 중부군 현지사령부도 카타르 내로 유치했다.

카타르는 주변의 반발에도 일종의 보험을 드는 외교적 행보로 역내 급진 세력들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도 지원하였다.

드디어 2013년에 쉐이크하마드는 전격적으로 30대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젊은 카타르의 출범을 선언했다. 선왕이 사망한 이후에야 70대 80대 왕세제 노인들이 왕위를 계승하던 노쇠한 이웃 나라들에겐 충격이었다.

카타르는 걸프만의 해저 가스전을 이란과 공유하는 만큼 이란과 잘 지내야 했다. 젊은 타밈 국왕은 공공연하게 이란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다. 그러자 더 이상 사우디 등의 인근 왕정 국가들은 카타르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슬람혁명이래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걸프만의 왕정국가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결국 사우디, UAE, 이집트 등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고 육로, 해로와 하늘길을 모두 봉쇄했다. 그리고 이란과의 단교를 요구했다.

카타르는 완전히 왕따되어 고립무원인 것처럼 보였다. 초기에는 생필품 조차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란과 최근 이슬람화되고 있는 터키가 적극적인 생필품 지원을 하였고 카타르는 가스 수출로 축적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카타르는 사막에 농장과 목장을 만들어서 식량을 자급자족하려 하고 있고 다양한 개혁, 개방 조치와 외국인에 대한 영주권 확대 등으로 단교 초기에 비해 더욱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 반 이란 전선에 문제가 생길 것을 두려워한 미국이 오히려 사우디에게 은근히 국교 회복에 대한 압박을 하고 있어 카타르는 지금 “우리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강한 국가적 긍지를 표현하고 있다.

중동의 복잡한 정세와 급박한 변화 속에서 작은 나라 카타르는 과연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을 4년 후에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