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지루, 득점 빼고 다 잘한 공격수의 ‘품격’

입력 2018-07-16 06:31 수정 2018-07-16 07:00
올리비에 지루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신화 뉴시스

월드컵 전 경기에 출전했지만 단 한골도 넣지 못한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있다. 올리비에 지루(첼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7경기에 나서 총 54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1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득점으로서 평가받는 스트라이커 포지션, 그것도 최전방 원톱에 위치한 공격수라는 부분에서 기록만 놓고 보면 지루의 활약은 분명 아쉬울 법 하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한다는 일각의 비판 속에도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지루를 끝까지 신뢰하며 매 경기 원톱 주전으로 출전시켰다.

그리고 데샹 감독은 결국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림으로서 자신의 전술적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프랑스는 점유율을 가져가기보단 앙투앙 그리즈만과 킬리안 음바페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 찬스와 세트피스 상황에 집중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뛰어난 제공권 능력과 동료들과의 연계에도 탁월한 지루는 프랑스의 가장 완벽한 공격수였다.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4대2로 승리하며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프랑스의 우승까지는 분명 중앙에서 상대 중앙수비수와 싸우고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던 지루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다. 아쉬움도 분명 있다. 지루는 벨기와의 준결승전에서 완벽한 패스를 두 차례 정도 받고도 허무하게 득점 찬스를 날려버렸다. 또한 14개의 슈팅을 단 하나만 골문으로 흘려보내는 등 결정력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지루는 투쟁심 있는 제공권 싸움을 비롯해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하며 이타적인 공격수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한 지루의 희생 덕에 2선 공격자원인 앙투앙 그리즈만과 킬리안 음바페의 장점이 극대화 되어 그들이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지루는 상대 수비수들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들을 교란하고 후방에서 날아오는 공을 받아 동료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지루의 탁월한 연계성과 안정적인 패스에 프랑스의 공격 속도는 더욱 날카로울 수 있었다. 상대 골문 앞에서 득점을 기록하는데 치중하는 일반적인 원톱 스트라이커와 달리 지루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팀의 공격력에 유연함을 더했다.

지루는 스트라이커지만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데샹 감독의 공격 전술을 완성시켰다. 그는 ‘아트사커’로 대표되는 프랑스 축구 철학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퍼즐 조각이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