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프로야구 정규리그 전반기 동안 도드라진 활약을 보인 팀은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였다. 리그 1~3위에 차례로 포진한 세 팀은 10일 시작되는 주중 3연전을 끝으로 찾아올 달콤한 올스타전 휴식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산 김태형, 한화 한용덕,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전반기 상위권을 지켜준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난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두산 베어스는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올 시즌 강세를 이어왔다. 9일 현재 57승 27패(승률 0.679)로 단독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 선두로 자리잡은 뒤 순위 변동이 없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외국인 투수로 구성된 ‘원투펀치’ 선발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세스 후랭코프가 13승, 조쉬 린드블럼이 11승을 올리며 24승을 합작했다.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한 이용찬은 9승을 챙기며 장원준과 유희관의 부진을 메웠다. 신예 함덕주 역시 5승 2패로 제 역할을 해내며 두산 선발 야구에 힘을 실었다. 프로 2년차 불펜 박치국은 10홀드(1승 5패 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22의 안정된 활약으로 두산의 허리를 책임졌다.
두산은 타선도 강했다. 팀 타율 0.307로 10개 구단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양의지 허경민 김재환 오재원 최주환 박건우 등 주축 타자들이 모두 3할 이상 타율을 해내고 있다. 특히 양의지는 시즌 타율 0.382(1위), OPS 1.100(1위), 김재환은 83타점(1위) 27홈런(3위)의 기록과 함께 막강한 타력을 뽐내고 있다.
한화는 예상 밖의 선전을 거듭하며 11년 만의 가을야구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시즌 성적은 50승 36패(승률 0.581)로 리그 2위다. 선두 두산과는 8경기 차로 벌어져 있지만 2위권 싸움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는 엄밀히 말해 선발투수진이 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5회까지만 버텨주면 얘기는 달라진다. 송은범 안영명 서균 정우람 등이 버틴 막강 불펜이 항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4.51(2위)인데 불펜 평균자책점이 3.62로 독보적인 1위다. 부문 2위 두산(4.81)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특히 마무리 정우람은 올 시즌 4승 무패 2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38로 한화의 ‘끝판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자책점은 단 5점이고, 피홈런은 1개뿐이다.
한화 타선은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제라드 호잉 등 주축 타자들이 3할 이상을 해내고 있지만, 팀 타율은 0.270(9위)으로 낮다. 하지만 한 감독의 주문에 따라 승부처가 되면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통해 득점 기회를 엿본다. 한화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77도루를 기록 중인데, 이용규(21도루)와 호잉(13도루)이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훔치기와 거리가 멀었던 한화가 팀 도루 1위에 오른 것은 올 시즌 가장 큰 변화이자 수확물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SK는 올 시즌 전반기도 ‘대포 공장’의 막강한 화력을 맘껏 과시했다. 46승1무36패로 한화에 2경기 뒤진 채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 홈런은 143개로 리그 10개 구단 중 독보적인 1위다. 부문 2위 롯데 자이언츠(113홈런)와 무려 30개 차이가 난다.
홈런 부문 개인순위를 들여다보면 SK 선수들의 잔치가 벌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두 시즌 홈런왕인 최정은 29홈런으로 1위에 올라 있어 3년 연속 부문 타이틀 차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복덩이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은 28홈런(2위)으로 최정과 치열한 홈런왕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동민은 22홈런(4위), 김동엽이 21홈런(공동 5위)으로 SK 거포 라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마운드도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SK는 팀 평균자책점 4.46으로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라 있다. ‘잠수함’ 박종훈이 팀 내 최다인 9승(4패)을 거둬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투수는 아직 없다. 그러나 팀 실점이 395점, 투수들의 자책점은 364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확연히 눈에 띄는 개인기록을 가진 투수는 없어도 안정적이다. 마운드에 딱히 큰 불을 지르는 선수가 없는 편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