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사건’ 정부가 외면…청원 올렸지만, 국민 관심 밖?

입력 2018-07-08 12:48
사진=SBS 캡처

간첩이라는 누명을 써 심한 고문을 당하고 17년간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나라에게 외면당했다.

정부가 과거사 피해자 박동운씨에게 미리 받은 배상금 8억여 원을 다시 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박씨는 이 소송에서 패소해 이자까지 11억여 원을 돌려줘야 한다.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란 법률상 원인이 없이 타인의 재화나 노무로부터 이익을 얻은 자에게 권리자가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박씨가 간첩 누명을 쓴 것은 1981년이다. 그는 36살의 가장이었다. 박씨가 안기부에 잡혀갈 당시 첫째 아이가 5살, 둘째 아이가 3살이었다고 한다. 아내는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이 사건은 진도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1년 공안 당국이 진도군에 거주하던 일가족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처벌한 용공 조작 사건이다.

박씨는 영문도 모른 채 중앙정보부 지하실에 감금당했다. 이유 없는 폭행은 기본, 안기부 요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폭행하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 잦은 구타와 고문이 있었다고 피해자는 증언했다. 박씨는 판사에게도 그 당시 고문이 있었다고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을 받았다.

SBS와 인터뷰에서 박씨는 “(판사가) 서류를 자기 탁자에다 치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안기부하고 검찰에서 다 시인하고, 여기서 부인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호통만 쳤다”고 밝혔다.


박씨는 17년 넘게 옥살이하다 1998년 53살의 나이로 석방됐다. 국가를 상대로 한 오랜 싸움 끝에 사건 발생 28년 만인 2009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1, 2심에서 승소했다. 배상금의 절반 정도인 8억여 원도 미리 받았다.

그런데 2014년 대법원은 박 씨의 최종심에서 국가 배상 결정을 취소해버렸다.

앞서 2013년 돌연 대법원이 과거사 손해배상 시효를 단축한 것이다. 재심 무죄 확정 뒤 3년까지 배상 청구가 가능했는데, 형사보상 확정 후 6개월 이내라는 추가 시효 판례가 나왔다. 박 씨가 형사보상 확정 8개월 뒤 소송을 내 시효를 두 달 넘겼다는 것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7일 ‘진도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자신을 박씨의 고종사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981년 36살 때 박동운씨 가족은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심한 고문과 17년의 억울한 옥살이로 한 사람의 일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다”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다 나오지도 않은 배상금을 뱉어내라고 한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부디 법이 정의롭게 실현될 수 있도록 청원을 부탁드린다”고 알렸다.

8일 오후 12시 현재 이 청원에는 10명이 동의하고 있다.

원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