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가 또다시 승부차기 혈투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직후 20년만에 4강이다. 앞서 스웨덴을 2대0으로 격파한 잉글랜드와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크로아티아는 8일 새벽 3시(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연장까지 2대2로 비겼던 양 팀은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갈렸다. 크로아티아는 1990년 대회 아르헨티나에 이어 월드컵 사상 두 번째로 한 대회 두 경기나 승부차기로 승리를 거뒀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전반 31분 데니스 체리셰프가 아르튬 주바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개막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던 체리셰프의 득점 2위로 올라서는 대회 4호 골이었다.
일격을 맞은 크로아티아는 8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리오 만주키치가 왼쪽에서 돌파하다 정면에 있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줬고 크라마리치는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연장 전반 비다의 추가 골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러시아의 총공세 끝에 후반 페르난데스에게 동점 골을 내주며 120분간의 혈투에도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모두가 숨죽이는 승부차기 순간, 다니옐 수바시치(34·AS모나코)는 침착하게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수바시치는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상대 키커의 킥을 막아내 4대3 승리를 견인했다.
당초 승부차기로 넘어간 순간 러시아 쪽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기울었다. 개최국의 이점에 힘입어 경기장은 러시아 팬들의 응원소리로 가득 찼고 동점골을 기록해 따라 붙었다는 심리적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골키퍼 수바시치의 부상 때문이었다.
수바시치는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러시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던 중, 후반전 정규시간 종료를 앞두고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 이미 세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 탓에 수바시치는 추가시간 5분을 부상을 한 채 버텨야 했다. 필드플레이어 중 상당수가 체력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수바시치는 끝까지 교체되지 않고 통증을 견뎌내며 골문을 지켰다.
비록 연장 전반 역전골을 도운 루카 모드리치가 공식 맨오브더매치(MOM)로 선정이 됐지만, 그 누구보다 빛났던 수바시치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