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세요! 우리는 모두 건강해요.”
태국 북부 치앙라이의 한 동굴에 고립된 지역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의 구조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굴 생존자들은 자필로 쓴 편지를 구조대원을 통해 보내왔다. 2주동안 동굴에 갇혀 있는 이들은 씩씩한 편지로 부모를 안심시켰고 “선생님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지 마세요”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태국 치앙라이주(州) 매사이 지구의 동굴에 12명의 소년을 데리고 들어갔던 유소년 축구팀 코치 엑까뽄 찬따웡(25)은 동굴 밖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찬따웡 코치는 6일 저녁 구조대원 편에 보내온 편지에서 “부모님들께, 우리는 모두 괜찮습니다. 구조팀이 우리를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아이들을 최대한 잘 돌볼 것을 약속한다”며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부모님께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치앙라이의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 코치로 한때 출가해 승려로 생활을 했던 찬따웡 코치는 동굴에 데려갔던 아이들이 폭우로 고립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반면 열흘간 고립됐을 당시 체력을 아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천장에 고인 물을 마시라고 조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칭찬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일 영국 구조대에 의해 생존이 확인된 아이들은 당국이 제공한 음식과 물, 담요 등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또 본격적인 구조에 대비해 수영과 잠수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구조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지금 우기라서 수위가 워낙 높아져 잠수로 구조하기도 힘들고 또 지형파악이 힘들어 구멍을 뚫고 내려가 구조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구조작업을 펼치던 구조대원 한 명이 6일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노트에 적어 보낸 편지에서 부모를 안심시켰다. ‘뷰’라는 이름의 한 소년은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2주 동안 집을 떠나있었지만, 조만간 돌아가서 가게 일을 도울게요”라고 썼다. 그의 부모는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돔’이라는 소년은 동굴 안이 괜찮은 편이지만 약간 춥다고 전했다. 다른 소년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밖에 나가면 먹고 싶은 게 많다.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했고, 또 다른 소년은 “볶은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구조까지는 넉달이 더 걸릴 수 있다. 현지 구조대원들은 최대한 빨리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