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당혹해하고 있다. 청와대는 ‘장하성 사퇴설’이 일단락된 직후 터진 논란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장 실장의 인사개입 관련 질문에 “왜 이렇게 관심들이 많으시냐”며 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장 실장이 (논란 이후) 용단을 내렸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에도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다른 일정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지만 장 실장 입장에선 현재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실장은 지난 1월 말 국민연금 CIO 공모 과정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공모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오전 “장 실장은 추천한 것이 아니라 덕담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가 3시간 만에 “장 실장이 지원해보라고 전화로 권유한 것은 맞다”고 인정해 논란을 키웠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이 맡긴 635조원(4월 기준)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최고 책임자다.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요직이다.
곽 전 대표는 지난 1월 30일 장 실장으로부터 국민연금 CIO 지원 권유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지난 4월 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사실상 내정 통보를 받았다는게 곽 전 대표의 주장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곽 전 대표가 서류와 면접 전형에서 후보자들 가운데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달여간 인사는 확정되지 않았고, 국민연금공단이 CIO 재공모를 발표하며 곽 전 대표는 결국 탈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곽 전 대표는) 병역도 있고 국적 문제도 있고, 검증해 보면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탈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인사 개입은 없고, 코드인사도 없다”며 “CIO 공모에 누구나 자천타천으로 추천할 수 있지만, 인사권자는 어디까지나 연금공단 이사장”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황한 모습도 역력하다. 장 실장은 지난달 일부 언론에서 사퇴설을 보도하자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경제를 이루어낼 때까지 대통령님과 함께할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흔들림 없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 국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사퇴설을 일축하고 올 하반기 경제지표 개선에 ‘올인’할 계획이었지만 인사개입 의혹으로 다시 한번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장 실장의 인사개입 논란이 신중한 인사 추천을 고민하다 생기게 된 오해라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실장이 권유했던 인사가 검증에서 탈락한 것은 오히려 인사개입이 이뤄지지 않고있다는 방증”이라고 해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