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전 ‘승리’로 맞바꾼 신태용의 ‘운명’

입력 2018-07-06 07:54 수정 2018-07-06 07:55
사진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뉴시스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됐던 신태용 감독의 거취논의가 ‘보류’로 결정났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감독선임 소위원회를 열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감독에 대해 논의를 했다. 결국 김판곤 위원장을 주재로 한 대표팀감독 선임위원회는 이달 말 계약이 끝나는 신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하기로 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 승리의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변함없는 신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정 회장은 “신 감독에게는 공도 있고 과도 있는데 과가 너무 지나치게 부각이 됐다”며 “감독 선술 실패와 실언 등 비판은 공감하지만 도전 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민재를 발굴했고 조현우와 문선민, 이승우 등을 과감히 기용해 대표팀 운영의 폭을 넓혔다”고 신 감독의 노고를 치하했다. 특히 정 회장은 “유리창을 깼다고 본다. 우리가 독일을 꺾은 데 대해 브라질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좋아했다”며 독일전 승리에 대해 강조했다.

감독선임위원회 김판곤 위원장 역시 “대표팀 감독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위원회를 통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의견들이 많았다. 신태용 감독을 재신임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독일을 꺾은 공도 있고,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 분명하게 있다”며 독일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신 감독의 공로를 높이 샀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을 충분히 평가할 것이고, 평가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갖고 있는 철학, 미디어를 대하는 능력, 전략을 결정하는 부분들, 선수들과의 소통 등 모든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며 신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에서 제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대표팀 구성원들이 배고파하는 부분을 잘 안다. 강력한 대표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철학이 뚜렷하고 유능한 감독을 모셔오겠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역시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신 감독의 대표팀 감독 연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선임위원회는 외국인이나 내국인으로 선을 긋지 않고 최대한 적합한 후보를 찾겠다고 공언했으나 그간의 행보를 봐왔을 때 차기 감독은 외국인으로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신중하게 다가가야 할 부분이다. 16강 좌절에 아쉬움이 남고, 독일을 잡고 하다 보니 마음이 정리가 안됐다. 깊이 있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답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앞으로 10명 정도의 감독 후보군을 추린 뒤 개별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신 감독 역시 독일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후보군들과 경쟁할 기회를 얻었다. 독일전 승리가 운명을 바꾼 셈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