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과로사회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민망하다”

입력 2018-07-02 20:25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맞아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감기몸살로 인한 나흘간의 휴식을 마치고 업무에 공식 복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어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작됐다”며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는데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주 52시간 근무 제도에 대해 “과로로 인한 과로사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졸음운전을 방지해 귀중한 국민의 생명과 노동자 안전권을 보장하는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한국 노동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1707시간)보다 345시간이나 길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부끄러운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언급했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주당 노동시간이 1% 감소할 경우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0.7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하는 시간이 길수록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습관적인 장시간 연장노동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을 낮은 수준에 머물게 했다”며 “기업들도 높아진 노동생산성 속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현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혼란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 제도 도입에 따른) 불안을 조속히 불식하고, 현장에서 안착돼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사정 협력 등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연기하며 주문했던 ‘속도’와 ‘체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정책이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시행 초기 계도기간 6개월을 둬 기업의 부담을 많이 낮췄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7기 지방정부 출범에 대해서는 “지방분권 개헌이 무산돼 안타깝지만 현행 헌법 체제에서 지방자치와 분권을 최대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거비와 통신비 등 필수 생활비 절감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이는 정부 정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나흘간 휴식을 취한 뒤 오전 9시 여민관 집무실로 출근했다. 집무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 및 이용선 시민사회수석과 악수한 뒤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두 수석에게 “딱 전공에 맞게 오셨으니 잘하시리라 기대한다”며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