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가 후 8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 처음으로 한 말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자"였다. 그동안 ‘과로’로 인한 감기몸살로 휴식을 취했던 문 대통령은 조금 쉰 목소리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어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작됐다"며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 등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나누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하다"면서 "이번 주말에 다시 중요한 해외순방이 시작되기 때문에 심기일전해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습관적인 장시간 연장노동이 노동생산성을 낮은 수준에 머물게 했다. 주당 노동시간이 1% 감소하면 노동생산성이 0.79% 상승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도 있듯이 우리 기업도 높아진 노동생산성 속에서 창의와 혁신을 토대로 더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로로 인한 과로사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졸음운전을 방지해 귀중한 국민 생명과 노동자 안전권을 보장하는 근본 대책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은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정부는 시행 초기 6개월을 계도기간으로 삼아 법 위반에 대한 처벌에 융통성을 주기로 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많이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 "그 취지를 잘 살려 제도 시행 초기 혼란과 불안을 조속히 불식시키고, 제도가 현장에서 잘 안착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빠르게 체감될 수 있게 노사정 협력 등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주거비·통신비·의료비·보육과 교육비 등 국민 필수 생활비 절감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이는 정부 정책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시기 바란다"며 "이제 첫발을 내디딘 노동시간 단축이 빠르게 안착되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마음을 함께 모아주길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