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2 개최국의 ‘돌풍’, 러시아 뒤덮은 ‘월드컵’

입력 2018-07-02 06:48 수정 2018-07-02 07:44
사진 = 승부차기 4대3 승리 후 표효하는 러시아 선수들. 신화 뉴시스

러시아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으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마치 16년 전 한국을 보는 듯하다. 한국 역시 객관적 열세가 명확함에도 놀라운 선수비 후역습 전술의 집중도, 상대를 질식시키는 압박 축구와 체력적인 축구를 강조해 기적의 4강을 만들어냈다.

현재 러시아는 전국민적 축구열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다.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16년 전 한국 전라남도 광주에서 겪었던 악몽을 또 다시 꾸게 됐다.

러시아는 1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16강 경기에서 연장 120분 동안 스페인과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개최국의 이점이 있다고 하지만, 이번 대회 출전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로 가장 낮은 러시아의 돌풍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조별리그 A조에서 2승 1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한데 이어 스페인까지 꺾으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러시아가 월드컵 8강에 진출한 것은 소련 시절인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48년 만이다. 러시아라는 이름으로는 첫 8강 진출이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압도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80%가 넘는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러시아를 몰아붙였다. 스페인은 슈팅 숫자에서 25-6, 유효슈팅에서 9-1로 경기를 압도했지만 러시아의 수비벽이 너무 단단했다. 파이브 백이라는 극단적인 수비일변도 전술을 들고 나온 러시아의 단단한 조직력 앞에 120분 동안 승리를 위한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4년전 브라질 대회 때 한국전에서의 뼈야픈 실수로 ‘기름손’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러시아의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는 연속된 신들린 선방을 보여주며 끝까지 골문을 지켜냈다.

승부차기에서 4대3 승리가 확정된 후 러시아 선수단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러시아의 승리에 온 국민이 나와 열광하고 거리응원을 펼치고 하나 된 모습으로 러시아 대표팀을 응원했다.

러시아의 다음 상대는 이날 덴마크를 꺾은 크로아티아다. 스페인까지 꺾으며 전국민적 응원에 힘입어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러시아의 ‘반란’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