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신세가 된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책임질 비상대책위원장에 파격적인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그만큼 한국당의 혁신이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 노선 개혁, 21대 총선 물갈이, 계파 쇄신 등 한국당의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인물이라는 점이 보수 세력의 거부감이 강하고, 박근혜정부 말기 국무총리에 내정된 점도 오히려 약점으로 꼽힌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기존 정치권과 거리가 먼 참신한 인사 영입을 통해 한국당의 근본적 혁신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깜짝 인사’로 주목받는 인물은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주도한 그는 선고 당시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문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서 한국당 혁신비대위 준비위원회 회의에서는 이 전 재판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인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회의 과정에서 외부 위원의 아이디어 차원으로 이 전 재판관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현실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은 이런 정치권의 논의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담당한 전력을 들먹이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재판관이 비대위원장이 된다는 설이 있다”며 “당의 문을 닫을 게 아니라면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도 주목받고 있다. 인 교수는 미국 선교사 집안 출신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을 지냈다. 인 교수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턴 선교사는 22세에 한국에 와서 48년간 의료, 교육 선교 활동을 벌였고, 인 교수의 아버지인 휴 린턴은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전남 도서지역에 600여 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인천 상륙 작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인 교수의 외증조부, 즉 윌리엄 린턴 선교사의 장인은 구한말 광주 지역에서 복음활동을 벌였던 선교사 유진 벨이다. 인 교수의 형인 스티브 린턴(인세반)은 ‘유진벨’ 재단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인 교수 가족은 1895년부터 4대째 우리나라에 살면서 선교, 봉사활동, 북한결핵퇴치사업과 의료장비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히딩크 감독 같은 사람을 영입해야 하는데 누가 인요한씨를 이야기하더라”며 “그 분이 엄청난 보수다. 차라리 그 분을 모시면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홍정욱 헤럴드 회장도 후보군에 올라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행위를 조사하다 감찰 기밀을 유출했다는 ‘역공’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직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그는 지난 5월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됐다. 하지만 이들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의 이름도 언급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당 혁신비대위 준비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통해 주요 후보군을 추린 뒤 오는 5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수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주말 후보군을 5배수로 압축한 뒤 비대위원장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