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동이 커다란 꽃 바구니를 들고 나타나 바닥에 뿌리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울기 시작했어요.”
화동(花童)은 결혼식에서 신부가 부케를 들고 입장하기 전에 꽃을 뿌리며 걷는 아이입니다. 지난달 미국 알라바마주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는 아주 특별한 화동이 등장해 많은 하객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 화동의 이름은 스카이 사브렌 맥코믹이라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만 3살 된 여자 아이입니다. 스카이는 그녀의 첫 번째 생일 4일 전 연소성골수단핵구성백혈병(JMML)이라는 희귀질환 진단을 받았습니다. 백만 명의 아이 중에 한 명 걸릴까 말까한 이름조차 생소한 질환입니다.
딸이 백혈병 진단을 받자 부모 토드와 탈리아는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곧 힘을 내 백방으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스카이가 살기 위해서는 골수이식을 꼭 받아야만 했고 부부는 전미골수기증협회(NMDP)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기증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앨라배마 주에 사는 헤이든 라이얼스는 평소에 골수이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스카이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된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선뜻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10%의 낮은 수술 성공확률, 결코 높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스카이는 헤이든의 골수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새 삶을 얻었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한달 만에 스카이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헤이든과 만날 수 없었습니다. 기증자와 기증받은 환자는 1년 동안 만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었죠. 결국 1년이 지나서야 헤이든은 스카이의 부모님과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스카이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인 그녀의 결혼식에 화동으로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무릎을 꿇고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스카이를 처음 결혼식에서 본 헤이든의 말입니다.
기적과 같은 확률로 골수를 기증받아 살아난 스카이, 그 아이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에 초대한 헤이든. 어쩌면 둘은 서로 모두에게 ‘기적’이 아니었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