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4세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 총수에 올랐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지 한 달 여만에 LG그룹이 본격적으로 구광모 체제 개편에 나서게 됐다.
LG 지주회사인 ㈜LG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원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구광모 LG전자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사업부장(상무)을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구 신임 회장은 만 40세의 나이로 자산 123조원의 LG그룹을 이끌게 됐다. 2006년 LG전자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회장에까지 오르게 됐다.
이사회 전 LG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입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었던 주주대표가 되면서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됐다. LG 관계자는 “회장 선임으로 LG가 고객과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며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선대 회장 때부터 구축한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계열회사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LG는 새로운 대표이사 회장을 선임하게 되면서 현재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하현회 부회장과 구 회장의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구 회장은 이날 이사회 인사말에서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 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겠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구 회장의 직급을 두고 관측이 엇갈렸다. 재계에서는 사장부터 회장, 부회장까지 폭넓게 거론됐으나 부회장 이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계열사 부회장 6인의 보고를 받는 위치여서 부회장 이하의 직급을 다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등기이사로 선임돼 바로 회장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회장 직책을 바로 달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만 40세인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은 지 1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입사 후 20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뒤 회장에 오른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고 구본무 회장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회장으로 선임되며 LG가 고객과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며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정도경영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회사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경영현안들을 챙기며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내부적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실용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게 실행에 옮길 것을 강조하고, 내부 기반의 연구개발은 물론 외부와의 협업과 협력관계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많이 만나고 잘 듣고, 인재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들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해라. 모두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교육을 고 구본무 회장에게서 들으며 자랐다. 또 신의를 중요하게 여긴 선대 회장이 고객과 임직원 등 안팎의 인사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본준 ㈜LG 부회장은 이날 이후 LG그룹 경영일선에서 전면 물러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