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세네갈보다 높은 페어플레이 점수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간 죽이기’ 축구를 놓고 일본 축구계와 외신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은 2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폴란드에 0-1로 패했다. 하지만 같은 H조에 속한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꺾으면서 일본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세네갈과 골득실과 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루게 됐다. 세네갈 보다 경고나 퇴장이 적었던 일본은 간신히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영국 ‘더 선’은 28일(현지 시간) 아키라 니시노 감독이 폴란드 전에서 ‘스포츠 할복’을 자행해 16강 진출 골든 티켓을 찢어버릴 뻔했다고 비난했다. 자존심이 강한 사무라이들의 자살 방법인 ‘할복’이라는 말로 명예롭지 않은 일본의 16강 진출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세네갈에 비해 숫자로 드러난 페어플레이 점수는 일본이 더 높았지만 일본이 이날 보여준 축구는 실망스러웠다.
BBC 해설위원들도 일본 대표팀의 경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해설위원인 북아일랜드 대표팀의 마이클 오닐 감독은 “일본이 수준 낮은 경기를 했다”면서 “다른 경기 결과에 모든 운명을 맡기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좋아하게 되었지만, 다음 라운드에서 패배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설위원인 레온 오스먼(전 에버튼)은 “이것은 수치다. 마지막 10분 동안 일본이 한 것은 월드컵에서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정말 형편없는 경기를 했다”고 혹평했다.
일본 스포츠계는 외신들과는 조금 다른 평가를 내놨다. 일본 매체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경기 후 “16강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 “이렇게 한 것은 대단한 일이고 니시노 감독의 선수 기용은 담력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일본 축구가 성숙했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축구란 이런 것이다. 이런 경기를 몇 번이나 봤다”고 일본 대표 팀의 ‘시간 죽이기’ 전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니시노 아키라 감독도 경기 이후 일본판 ‘골닷컴’을 통해 “이겨나가는 전략이었다. 이런 형태(수비적 축구)도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경기의 포인트는 같은 시간 펼쳐지는 다른 경기의 흐름과 다양성에 있었다. 어려운 경기였다. 이제 다시 강한 도전을 해 나가고 싶다”고 16강 진출 소감을 밝혔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