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폴란드의 시간 끌기, 이것도 ‘전략’으로 볼 수 있나…

입력 2018-06-29 06:48 수정 2018-06-29 09:58
사진 = 일본-폴란드전 경기 후반, 볼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본 선수들. 뉴시스 신화.

일본과 폴란드가 경기 막판 보여준 시간 끌기 플레이가 과연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

경기 막판 조금의 공격 의지도 보이지 않고 공만 돌리며 시간을 끈 일본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미 16강 탈락을 확정해 동기부여가 떨어져 공을 뺏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폴란드 또한 마찬가지다. 전 세계인들이 보는 무대에서 관중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의 의견 역시 있다. 일본 내부에선 니시노 감독의 담력이 대단했고 결과를 위한 당연한 전략을 펼쳤다고 호평하는 목소리 역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키고만 있으면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할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28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폴란드와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렇게 일본은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조별 리그를 마쳤다. 같은 시간 펼쳐진 콜롬비아와 세네갈의 경기는 콜롬비아가 1대0으로 승리함에 따라 콜롬비아는 2승 1패 승점 6점을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과 세네갈은 똑같이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두 팀은 골득실과 다득점까지 똑같았다. 따라서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2점이 앞선 일본이 조 2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시아는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 출전국이 모두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던 수모가 이번 러시아에서도 반복될 뻔 했지만, 일본의 진출로 마지막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반면 아프리카는 출전국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한 팀도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조별리그에 이어 16강 토너먼트가 실시된 이후 아프리카 팀들의 전원 탈락은 최초 기록이다.

앞선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유일한 아시아 진출국가라는 점에서 일본의 진출은 충분히 찬사를 받을만 했다. 하지만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일본은 0대1로 끌려가고 있음에도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16강에 오른다는 것을 알고 선수들이 일부러 뒤로 공을 돌리면서 시간을 끌었다.

이를 상대하는 폴란드 역시 소극적으로 나섰다. 굳이 달려들어 공을 뺏으려 하지 않았다. 16강 탈락이 확정돼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황에서 1승은 거둬 체면치레는 하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계속 이런 장면이 반복되자 관중석에서는 큰 야유와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니시노 아키라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본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선수들에게도 성장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주장 하세베 마코토 역시 일본 데일리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답답한 경기를 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가 이렇다. 우리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해설위원인 마이클 오닐 북아일랜드 감독은 “일본이 아주 수준 낮은 경기를 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좀 나아져야 한다”고 했고, 국내의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축구인으로서 수치스럽고 시간이 아깝다”며 “축구에도 1분 동안 공격전개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16강에 진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일본의 승리를 버린 스타일은 현실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