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게리 리네커가 자신의 명언을 수정했다. 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서독에 패한 뒤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11명씩 두 팀으로 나눠 싸우다 마지막엔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의는 27일(현지시간)에 치러진 독일 전에서의 경기로 바뀌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겼다. 비록 앞선 2패로 인해 16강 진출은 좌절됐으나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으면서 3위에 안착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리네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28년 전 내렸던 정의를 바꿨다. 그는 “축구는 단순한 경기이다. 22명의 선수가 90분과 끝날 때까지 공을 쫓고, 독일이 항상 이기는 건 더 이상 없다”고 적었다.
앞선 24일 리네커는 한 명이 퇴장당하고도 스웨덴에 역전승을 거둔 독일의 2차전 경기 직후에는 “축구는 단순한 경기이다. 22명이 82분 동안 공을 쫓아다닌 후 독일이 한 명을 내보내고, 다시 21명이 13분 동안 공을 쫓아다니다가 어떻게든 독일이 결국 이긴다”고 적은 바 있다. 그러나 28년간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한 리네커의 “축구는 결국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라는 정의는 이번 한국과의 조별리그 경기 이후 정반대의 결말로 수정하게 됐다.
한편 독일 국민들과 현지 매체에서는 충격과 슬픔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매우 슬프다”는 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도 “충격적”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독일 일간지 빌트는 “한국과의 경기는 악몽이었다”며 “월드컵 역사상 독일에 가장 불명예스러운 경기”라고 평가했다. 일간지 디 벨트는 “독일팀의 경기력에 실망했다”며 “열정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는 “모든 부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혹평과 함께 독일 축구의 전반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