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월드컵 통산 4회 우승국이다. 준우승 횟수만 해도 4차례다. 웬만하면 4강 대진표 주변에 있었다. 16강은 반드시 통과했고 8강 탈락은 4차례뿐이었다. 조별리그 없이 모든 경기를 토너먼트로만 진행했던 1938 프랑스월드컵에서만 16강에서 탈락했다.
적어도 리그 앤드 토너먼트 방식의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는 그랬다. 조별리그 꼴찌로 탈락을 확정한 2018 러시아월드컵은 독일 축구사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굴욕의 기억이 됐다. 독일에 수모를 안긴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다. 이 경기는 월드컵 조별리그 F조의 16강 진출국이 결정된 최종 3차전이었다. 한국은 이 승리로 독일을 F조 꼴찌로 밀어냈다. 나란히 1승2패(승점 3)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차에서 한국(3득점·3실점·득실 0)이 독일(2득점·4실점·득실 -2)에 앞섰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같은 조 다른 3차전에서는 스웨덴이 멕시코를 3대 0으로 잡았다. 이 결과로 스웨덴과 멕시코는 16강에 진출했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았으면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의 승리는 단순한 이변을 넘어 F조 판세를 완전히 뒤집은 ‘사건’이 됐다.
독일의 입장에서 패배의 아픔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조별리그 꼴찌 탈락이었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요하임 뢰브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뢰브 감독은 “입을 열기 매우 어렵다. 실망감이 너무 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했다”며 “60~70분(후반 25~35분)이 지나면서 (같은 조 다른 3차전에) 스웨덴이 이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더 압박해야 했다. 쉽게 경기를 풀지 못했다. 골 결정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뢰브 감독은 독일 기자로부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많은 독일 국민이 분노할 것으로 본다”는 질문을 받고 “나는 지금 쇼크를 먹었다. 한국을 이기지 못한 결과 자체가 쇼크”라며 “몇 시간 동안 차분하게 생각할 계획이다. 너무 실망해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극찬했다. 뢰브 감독은 “우리가 예상한대로 나왔다. 한국 선수들이 많이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전진하고 수비를 강화할 것으로 봤다. 빠른 역습을 전개할 3~4명의 선수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며 “우리는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이 매우 훌륭했다. 마지막 순간에 또 한 번의 골을 넣을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