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독일을 무너뜨린 한국 축구대표팀의 ‘카잔 드라마’는 수문장 조현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이어진 슈퍼세이브는 대표팀의 전술 운용과 경기력을 둘러싼 논란을 덮고도 남았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는 세계 최고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를 압도했다.
조현우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전차군단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한국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독일전에서만 3개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했다. 전반 39분 마츠 훔멜스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후반 23분 마리오 고메스의 헤더를 잡아냈고, 독일의 일방적 공세가 이어지던 후반 43분에는 토니 크로스의 결정적인 슛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스웨덴이 멕시코에 앞서가면서 16강 탈락 위기에 몰린 독일은 조현우에게 번번히 가로막히자 다급해졌다. 한국에 역습 기회를 내주다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 손흥민 연속골은 조현우의 선방에 낳은 결과였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월드컵에서 3골을 내줬지만 필드골은 단 한차례 뿐이었다. 나머지는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그만큼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의 깜짝 발탁이라고 하지만 조현우는 K리그에선 이미 ‘거미손’으로 통했다. 2013년 대구(당시 클래식)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그는 그해 팀이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챌린지 무대는 조현우에게 기회가 됐다. 그는 2015과 2016년 연속 2부 리그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되며 올 시즌 다시 팀의 클래식 승격을 이끌었다. 4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한 그는 펄펄 날았다. 타고난 반사신경과 긴 팔다리를 이용해 세트피스, 공격수와 순간적인 1 대 1 상황에서 탁월한 선방 능력을 과시했다.
탄탄대로만을 달렸던 건 아니다. 그는 프로축구에 데뷔한 첫해 양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다음 해인 2014년 결국 수술대에 올랐었다. 이후 군 면제를 받고 뼈를 깎는 재활을 통해 그라운드 복귀에 성공하지만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했고 가혹한 시련이 이어졌다.
조현우는 좌절하지 않고 특유의 긍정으로 시련을 이겨냈다. 그는 지난해 2017 시즌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을 선정하는 베스트11 GK 부문 수상자로 호명됐다. 포지션별 수상자는 1년 동안의 기록과 활약을 근거로 선발된다. 이는 조현우가 시즌 내내 꾸준했다는 방증이다.
그의 노력은 이번 월드컵에서 선방쇼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스웨덴전에서 영국 BBC가 경기 최우수 선수(MOM; Man of the Match)로 선정한 데 이어 독일전 이후 FIFA는 카잔 아레나에서 이날의 MOM으로 조현우를 호명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