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하루]멀고도 어려운 이산가족 상봉의 길 ‘이제 못가면 언제보나’

입력 2018-06-25 14:58 수정 2018-06-25 15:02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오른쪽)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를 추첨하면서 평안북도 철산 출신의 박성은(95) 옹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1차 추첨이 25일 진행됐다. 이산가족 상봉을 고대해온 실향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를 직접 찾았지만 추첨되지 못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황해도 옹진 출신의 김영길(78) 옹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고 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는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자의 5배수인 500명의 실향민을 1차로 선정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 추첨을 진행했고 이 자리엔 박성은(95)옹이 함께 했다.
박성은(95) 옹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추첨결과를 확인하고 허탈해 하고 있다. 임 옹의 이름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향이 황해도 벽성군인 박성은(95) 옹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추첨결과를 확인하고 허탈해 하고 있다. 박 옹의 이름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성은(95) 옹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추첨결과를 확인하고 허탈해 하고 있다. 귀가 어두운 박 옹을 위해 직원이 종이에 결과를 적어줬다.

추첨 결과를 확인하러 이산가족 민원실을 찾은 박 옹이 건네받은 것은 ‘추첨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구의 종이였다. 박 옹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이제 살면 몇 년을 더 살겠느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박 옹 다음으로 추첨 결과를 확인한 김영헌 옹과 이용녀 옹 역시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만 했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후보자 명단을 확인하러 온 김영헌(80) 옹이 당첨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하고 굳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황해도 출신의 이용녀(90) 할머니가 이산가족 상봉 추첨명단에 자신이 이름이 없음을 듣고 너털웃음을 짓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1차 후보자로 선정된 500명의 이산가족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2차 상봉 후보자를 250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달 3일까지 북측과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을 선정해 8월 4일 북측과 명단을 교환하게 된다.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은 같은 달 20일 금강산으로 향한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추첨식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5만7000여명이 기다리는데 겨우 500명을 1차로 추첨해 마음이 무겁다”며 “남북적십자회담 합의문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판문점 채널을 통한 실무접촉으로 이산가족 생사확인, 화상상봉 및 직접 상봉을 위한 모임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추첨에 떨어진 실향민들을 위로했다.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