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1차 추첨이 25일 진행됐다. 이산가족 상봉을 고대해온 실향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를 직접 찾았지만 추첨되지 못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대한적십자사는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자의 5배수인 500명의 실향민을 1차로 선정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 추첨을 진행했고 이 자리엔 박성은(95)옹이 함께 했다.
추첨 결과를 확인하러 이산가족 민원실을 찾은 박 옹이 건네받은 것은 ‘추첨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문구의 종이였다. 박 옹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이제 살면 몇 년을 더 살겠느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박 옹 다음으로 추첨 결과를 확인한 김영헌 옹과 이용녀 옹 역시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만 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차 후보자로 선정된 500명의 이산가족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2차 상봉 후보자를 250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달 3일까지 북측과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을 선정해 8월 4일 북측과 명단을 교환하게 된다.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은 같은 달 20일 금강산으로 향한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5만7000여명이 기다리는데 겨우 500명을 1차로 추첨해 마음이 무겁다”며 “남북적십자회담 합의문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판문점 채널을 통한 실무접촉으로 이산가족 생사확인, 화상상봉 및 직접 상봉을 위한 모임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추첨에 떨어진 실향민들을 위로했다.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