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에르도안, 대통령중심·중임제 대선 승리

입력 2018-06-25 10:27 수정 2018-06-25 10:38
프랑스 주간지 '르 쁘엥'이 5월자 표지에 터키의 레셉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라는 제목과 함께 실었다. 큰 제목 밑에 "에르도안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글이 적혀있다. (사진=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 터키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진행된 터키 대통령 선거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영통신사의 비공식 집계발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득표율을 넘기자 즉시 당선을 선언하고 대국민 TV 연설을 했다.

지난해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헌법을 개정한 터키는 원래 선거일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이번 선거를 했다.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96.0%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 52. 6%를 득표, 30.8%의 표를 얻은 제1야당의 차점자 무하렘 인제보다 크게 앞섰다.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투옥돼 옥중 선거를 치른 쿠르드 족 후보 셀라하틴 데미르타쉬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8.1%를 얻는 데 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민이 나에게 대통령의 책임과 행정적 의무를 모두 위임했다”면서 강화된 대통령의 권력으로 터키에 번영과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터키의 레세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4일 대통령선거 투표를 마친 뒤 투표하러 나온 부모가 안고있던 한 어린이의 볼을 꼬집으며 다정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에르도안의 반대파는 이번 재임으로 대통령이 ‘술탄(투르크제국황제)’과 같은 권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터키는 헌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5년 중임이 가능해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나아가 2028년 임기 종료 직전 조기 대선을 치러 당선되면 2033년까지 추가로 5년을 더 집권할 수 있다. 권력 또한 집중되면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각종 포고령 발령권도 갖게 됐다.

에르도안이 약속한 ‘번영’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는 2016년 불발된 쿠테타 이후로 정치·경제적 불안정을 겪고 있는 데다가 여전히 비상사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의 승리 선언 후에도 제1야당의 인제 후보는 아나돌루 통신이 발표한 득표율이 선거 당국의 공식 집계와는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아나돌루 통신이 발표한 당시 실제 개봉된 투표함은 96%가 아니라 37%에 불과했다며 “국영통신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대선 투표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열린 가운데, 그의 지지자들이 손을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 역시 에르도안이 이끄는 여당이 승리했다.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42.68%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AKP와 선거연대를 구성한 우파 성향 민족주의행동당(MHP)은 11.28%를 얻었다. 여권 선거연대 전체 득표율은 53.9%로, 과반을 유지했다.

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10.94%를 얻어, 10%의 관문을 가까스로 넘었다. 데미르타쉬를 포함한 현직 의원 9명이 체포되어 있고 약 350명의 당원이 선거운동 기간에 투옥된 상황에서 국회에 입성한 것만도 기적이라는 평가다.

손민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