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6개월의 계도·처벌 유예기간을 갖기로 했다. 기업의 준비와 정부의 제도 안착 지원이 모두 미흡했다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시행 열흘을 앞두고 갑자기 계도기간을 꺼낸 것은 정부가 법 (시행) 준비를 태만히 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대통령 임기 내 (연간)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이번 법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3단계를 거친다는 계도기간이 이미 포함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보다 근본적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기업 편향이라는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난번 최저임금법 개악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은 노동자에게 떠넘겨졌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노동자와의 약속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로만 여기고 있다. 도대체 촛불 정부에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느냐”며 “정부와 여당은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믿고, 지난 60년 재벌 공화국을 넘어설 근본적 개혁 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노동시간 단축 시행 유예와 관련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때는 언제든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준비 부족을 근거로 제도의 시행을 미룬다면 제대로 정착되는 제도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 달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기업들은 300인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라며 “이렇듯 규모가 큰 기업들을 대상으로 처벌유예와 계도기간을 두겠다는 것은 결국 내년 및 내후년으로 시행이 예정된 중소기업과 영세기업들의 노동시간 단축 역시 유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근로시간 단축 관련 단속 및 처벌 6개월 유예 제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다음 주 경제장관회의에서 정식 의제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근로기준법 처리가 급격하게 이뤄져 이에 대비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경영계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총리는 “시행 자체를 유예하는 건 어렵다. 법은 법대로 시행하되 연착륙을 위한 계도 기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