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넘버원 골키퍼였던 김승규와 스웨덴전에서 신들린 선방을 보여준 조현우를 두고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 선수단 중에 조현우의 스웨덴전 활약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던 이가 있다면 바로 김승규일 것이다.
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게 0대1로 패했다. 통한의 비디오판독(VAR)에 의한 페널티킥 판정으로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답답한 경기력 속에 유일하게 빛났던 것은 조현우였다. 그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2~3골은 더 허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많은 이들이 골키퍼 엔트리 3인 가운데 A매치 경험이 가장 많았던 김승규의 선발을 예상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날 조현우를 스웨덴전에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본고사’를 앞둔 평가전에서 더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펼쳤던 조현우를 선택한 것이다.
조현우는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여러차례 신들린 선방을 선보이며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답답한 공격력 속에서도 팀은 조현우의 활약 속에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2대0으로 승리했던 지난 5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도 골문을 지켰던 것은 조현우였다. 그때도 조현우는 무실점으로 끝까지 골문을 지켜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세네갈과의 비공개 매치에서도 골키퍼 장갑을 꼈다.
반면 김승규는 출정식을 겸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에딘 비스카에게 무려 3골이나 실점하며 신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물론 당시 팀의 수비 밸런스가 붕괴됐던 점을 감안했을 때 패배의 책임을 김승규에게 물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3골이나 실점한 것은 용납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김승규에게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경험’이다. A매치 출전이 6경기 밖에 되지 않는 대표팀 ‘신인’ 조현우에 비하면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에 나선데다 최근 4년 간 부동의 넘버원 골키퍼로서 꾸준하게 활약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6경기를 책임졌고, A매치도 33경기(31실점)를 치뤘다. 주전 골키퍼의 상징인 ‘1번’의 차지도 김승규였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부터 치열한 월드컵 넘버원 골키퍼의 경쟁은 이어져왔다. 남아공 대회 당시 월드컵 4회 출전 경력의 이운재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정성룡이 주전을 다퉜는데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상승세의 정성룡이었다.
이후 정성룡은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최악의 활약을 펼치며 잇따른 질타 속에 김승규에게 주전 자리를 내줘야했다. 지금은 김승규가 같은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이제는 반대로 도전자가 아닌 도전을 받는 입장으로서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다.
신 감독은 월드컵 출정을 앞두고 이미 “골키퍼 포지션은 경쟁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3명 모두 경험이 많고, 누가 나가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김승규는 월드컵 최종 명단이 확정된 이후 “경쟁은 하지만, 서로 분위기는 좋다. 평가전도 서로 좋았던 부분과 안 좋았던 부분을 말해주면서 사이 좋게 지내고 있다”면서 “훈련을 하면서 서로 위치도 봐준다. 경쟁자이지만, 외로운 포지션이기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 경기에 골키퍼 장갑을 끼게될 이가 과연 ‘경험’의 김승규 일지, ‘떠오르는’ 조현우일지 ‘의외’의 김진현일지는 24일 자정, 멕시코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