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공포’, 깊어지는 신태용호의 ‘고민’

입력 2018-06-18 09:00
사진 = 경기가 종료된 후 기뻐하는 멕시코 선수들. AP뉴시스

멕시코가 독일을 잡아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멕시코는 18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아르빙 로사노의 골에 힘입어 1대0승리를 거뒀다. 이번 경기는 이번 경기는 한국과 같은 F조에 속한 경기로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해선 멕시코가 반드시 독일에게 패배해야만 했다. 현실적인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때, 1강으로 꼽히는 독일이 조 1위 진출을 하는 가운데 멕시코와 스웨덴, 한국이 2위 자리를 두고 싸우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선 멕시코와 스웨덴이 어떻게 해서든 승점을 잃는 상황이 나와야했다.

하지만 이번 멕시코가 독일을 꺾는 ‘대이변’으로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2차전에서 만나게 될 멕시코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3차전 상대 독일 역시 2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반드시 승리해야한다는 동기부여와 함께 최정예 멤버로 한국전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되면, E조 1위와 만나게 되는데 E조 1위는 브라질이 유력하다. 4강도, 8강도 아닌 16강에서 브라질을 상대하고 싶은 팀은 없을 것이다. 독일이 무난하게 2연승을 하고 한국을 만나 힘을 빼주기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뿐만 아니라 토마스 뮐러와 마르코 로이스, 티모 베르너라는 독일 최고의 공격진도 뚫지 못한 멕시코의 강한 조직력과 단단한 수비를 손흥민과 황희찬, 김신욱이 뚫어내야 한다는 과제 역시 떠안았다.



◆ 멕시코의 불굴의 투혼, 독일을 압도하다

이번 독일전에서 멕시코 선수들의 속도는 엄청났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멕시코의 역습 속도는 상대해야하는 신태용호 입장에선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뿐만 아니라 수비라인을 놓치지 않는 멕시코 선수들의 불굴의 투지와 쉬지 않으며 달리는 체력적인 투혼 역시 돋보였다.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사미 케디라가 이끄는 독일의 중원진은 멕시코의 빠른 경기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후반 막판 들어 체력적으로 지친 나머지 수비가담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선수들과 달리, 멕시코 선수들은 매섭게 뛰며 자신의 위치에서 끈끈한 수비를 보여줬다. 투지와 스피드,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까지 멕시코가 독일을 압살한 경기였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요아힘 뢰브 감독을 상대로 수 싸움에서 완전히 이긴 모습이었다. 압도적인 중원을 가진 독일과 ‘맞불작전’을 놓은 허리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중앙을 튼튼히 잡은 상황에서 사이드전환을 빠르게 해 측면공격을 하겠다는 멕시코의 맞춤 전술이 돋보였다

또한 멕시코는 특별히 MVP선수를 꼽기 힘들 정도로 모든 선수가 조직적인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 멕시코 선수들은 매순간 미친 듯이 뛰었고, 독일 선수들은 그들의 투혼 앞에 답답한 공격전개와 불안한 빌드업 과정을 이어갔다. 세계 최고의 센터백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마츠 훔멜스의 실수가 연발됐던 것이 단순히 우연은 아닐 것이다. 순간적인 멕시코의 역습 속도에 독일 선수들이 수비라인을 어느 지점에서 형성해야하는지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멕시코의 독일전은 약팀이 강팀을 잡는 ‘대이변’이란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과 스웨덴 양 팀 모두에겐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이렇게 된 이상 18일 한국-스웨덴 전은 물러설 수 없는 양 팀의 한판 승부가 됐다. 멕시코와 독일을 만나는 이후 일정상 16강 진출을 위해선 무승부도 허락되지 않는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신태용호의 부담감이 배가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