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의 승계자 세르비아 vs 북중미 강자 코스타리카… 의외로 재밌을 경기

입력 2018-06-17 17:45 수정 2018-06-17 17:57
세르비아 축구대표팀 수비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자료사진. AP뉴시스

세르비아 축구대표팀은 과거 동유럽 최강이던 유고슬라비아의 후신이다. 유고슬라비아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이 분리하면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로 명맥을 유지했다. 몬테네그로까지 분리되면서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의 대를 사실상 이어온 유일한 나라가 됐다.

분리 과정에서 전쟁과 학살이 있었던 발칸반도의 정치적 상황을 배제하고 오직 축구로만 이야기할 때 유고슬라비아의 승계자를 찾는다면 세르비아를 지목하는 게 정확하다. 유고슬라비아는 월드컵에서 한때 8강 안을 자유롭게 넘나들었고, 1962년 칠레 대회에서 4강까지 들었던 동유럽의 강자였다. 1960 로마올림픽에선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박지성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활약했던 37세 동갑내기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가 바로 세르비아 대표팀 출신이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시절에 유소년 국가대표로 성장했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서 성인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세르비아 시절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비디치의 대표팀 유니폼에 세르비아 축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유고슬라비아는 강력했지만 세르비아는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세르비아 단독 국가로서 출전한 월드컵은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앞서 2010년 남아공 대회뿐이다. 세르비아는 당시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D조에서 만난 가나, 호주에 패하고 정작 강호 독일을 1대 0으로 이겼다. 32개국 중 23위에 머물렀다.

세르비아는 17일 밤 9시(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리는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북중미의 강자 코스타리카를 상대한다. 세르비아에는 두 번째 승리가 걸린 경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상위권인 브라질(2위), 스위스(6위)와 같은 조로 묶인 세르비아의 입장에서 코스타리카는 현실적으로 1승을 따낼 유일한 상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의 전력도 녹록지 않다. 코스타리카는 2014 브라질월드컵 8강 진출을 달성하며 북중미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에서 ‘갈락티코’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골키퍼 케일로 나바스는 코스타리카의 뒷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최근 부진한 공격진의 득점력을 얼마나 만회할지가 승리의 열쇠다. 중원이 강한 세르비아와 수비가 든든한 코스타리카의 대결은 ‘긴 해머’와 ‘유연한 고무방패’의 싸움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