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괴멸 아니다” 윤여준이 밝힌 한국당과 안철수의 미래

입력 2018-06-17 14:30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모습_뉴시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6·13 지방선거에 대해 “보수의 괴멸이란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KBS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수의 괴멸이란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의 몰락이고 괴멸일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보수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자유한국당을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자유한국당은 보수가 아니다”

윤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는 “보수층 중엔 ‘한국당=보수’라는 게 수치스럽다고 하는 이가 많다. 문제의식이 있나, 방향감각도 없고 어젠다도 못 내놓는다. 그러니 막말밖에 더하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윤 전 장관은 ‘자유한국당이 외면 받은 이유’에 대해 “지금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를 ‘헬 조선’이라고 하는 마당에도 그런 고민조차 하는 일이 없었다”며 “국민에게 그런 문제의식도 보여준 일이 없었고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이 그런 세력을 신뢰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만행이 드러났다”며 “그것이 무능과 부패가 아니면 뭐라 변명하겠냐. 완전히 국민이 이번에 응징을 한 것이다. 심판 정도가 아니라 ‘응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여준 전 장관 인터뷰_KBS 뉴스 캡쳐

‘영남=보수’ 공식이 깨진 결과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상식적으로 박정희 신화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왜냐하면 권위주의 시대가 오다가 민주화가 됐다. 완전히 시대가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원리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정치는 권위주의적이고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 아니었냐”며 “이번에 TK, 저렇게 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구미시장도 뺏긴 것은 결국 박정희 신화가 깨진 것”이라 밝혔다.

◆ 윤여준이 말하는 ‘바른미래당과 안철수’

윤 전 장관은 바른미래당 참패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망각지대에 있었다. 시민들이 쳐다보질 않으니 욕도 안 하는 것”이라며 “욕하려면 관심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두 세력(바른미래당+ 국민의당 일부)이 합친게 국민들이 볼 때는 구태의 정치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질적인 사람들끼리 합쳤으면 보수의 대안을 내놓아야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며 “민주당도 아니고 자유한국당도 아닌 중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 중도라는게 그게 중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윤여준 전 장관 인터뷰_KBS 뉴스 캡쳐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서울시장 전 후보에 대해서는 “한때는 ‘안철수 현상’이란 말이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자연인 이름 밑에 ‘현상’이 붙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며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그 동기는 괜찮았지만 노력이 국민에게 평가받지 못했다. 제가 보기에도 평가받지 못할 일을 했다. 이제는 이쯤에서 정치 접고 본업으로 돌아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끊임없이 잎을 바꾸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보수의 해결책에 대해 “어설프게 항생제를 맞아가지고 곪지도 않고 낫지도 않는 상태로 가면 이건 망하는 길”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괴멸적 타격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싹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적당히 분칠 좀 하고 파운데이션 새로 바르고 아이라인 그리고 나봤자 국민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자유한국당은 정말 죽어서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대안으로 영국 ‘보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끊임없이 잎을 바꾸기 때문이다”라며 “보수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시대에 따라서 항상 다시 해석하고 가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장관은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에 대해서는 “완승을 하면 항상 독배를 마시는 거란 얘기를 많이 한다. 민주당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만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당 또한 조심해야 한다. 자기들 스스로 자기를 견제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또 국민들한테 응징당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