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ECB 양적완화 축소…신흥국發 ‘긴축발작’ 한국에도 올까

입력 2018-06-15 10:46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게금융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올 연말에 종료하기로 결정해 신흥국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CB는 14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양적완화 조치 중 하나로 진행해 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오는 12월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ECB는 2015년 1월부터 경기부양 차원에서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돈 풀기 전략’을 시행해 왔다. 당초에는 월 800억 유로(약 100조원) 규모로 채권 매입을 진행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나아지면서 지난해 4월부터는 매입 규모를 월 600억 유로(약 75조원)로, 올해 1월부터는 월 300억 유로(약 38조원)로 축소했다. 다만 기준금리를 비롯한 각종 금리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양적완화 종료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비롯해 선진국 금융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에 추가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실업률 전망치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좋아졌는데도 양적완화를 이어갈 경우 물가가 상승하고 통화가치가 낮아지는 등 통화정책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미국 금리인상 발표로 요동쳤던 신흥국 시장은 ECB의 양적완화 중단 선언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1.95% 감소해 사상 최저치를 찍었고, 인도 루피·말레이시아 링깃·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도 동반 하락했다. 영국 블룸버그통신은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국가 부도위험의 주요 척도로 꼽았는데,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6%에 달하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신흥국에서 선진국 시장의 양적 완화 중단으로 나타난 ‘긴축 발작’이 한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양적 완화를 중단하는 등 긴축정책을 시행하면 선진국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게 된다. 이에 따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 쯤에 위치한 한국은 단기 외채 비중이 작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유지되는 등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도 선진국 양적완화 축소에 반응을 보였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84% 내린 2423.48로 마감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미국의) 한두번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촉발되진 않을 것이지만 ECB 양적완화 기조 축소와 연계돼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대규모 자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최근 일부 취약 신흥국 금융불안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