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8일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북미정상회담은 위장평화회담”이란 발언을 내놓은 뒤로는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10일에도,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시내 깜짝 투어를 나선 11일에도 그는 침묵했다.
홍 대표는 최근 매일 아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 및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오전 그의 페이스북은 조용하다. 전날 오후에 올린 사전투표 분석 게시물이 마지막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정부를 향해 회담의 방향을 주문하던 몇 주 전 모습과는 딴판이다.
홍준표 대표가 ‘위장평화’ 발언을 꺼낸 건 지난 4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미 정상회담이) 위장평화 회담으로 가고 있다”며 “내 국민들이 북핵의 인질이 되어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눈물 나도록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최근 ‘막말’ 논란을 빚었던 자신의 발언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페이스북에 해명 또는 사과의 글을 올리며 ‘위장평화’ 발언을 그 중 하나로 언급했다. 한국당 지지율 추락의 책임이 일정 부분 홍 대표의 ‘말’에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선거를 앞두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미 북풍은 국민들 관심에 반영됐다”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2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문재인정부를 향해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입조심’에 나선 이유로 ‘막말 이미지’가 지지층 결집에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판문점선언을 “말의 성찬”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표적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와 자유총연맹은 남북정상회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태옥 의원의 ‘인천·부천 비하발언’까지 겹쳐 홍 대표는 막말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홍 대표는 9일 부산 중구 유세 현장에서 “이유 여하 불문하고 저쪽에서 막말로 매도하는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10일 충남 천안 유세 현장에서도 “저 개인 문제, 막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우리 다시 한 번 잘해볼 테니 좀 봐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