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도 움직임도 없이 ‘두문불출’ 김정은… 숙소엔 팽팽한 긴장만

입력 2018-06-11 17:44


‘세기의 핵담판’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 밖을 나서지 않았다. 10일 오후 2시36분쯤 중국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지 약 4시간 뒤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짧게 회담을 한 게 전부다.

당시 김 위원장은 리 총리에게 “전 세계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으며 귀하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조·미 수뇌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1일에는 외부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식사도 북한에서 직접 공수해온 음식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호텔 식당에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 대표단 대부분이 목격됐지만 김 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급적 외부 노출을 삼간 채 신변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호텔 현관에선 X레이 검색대와 금속탐지기를 통해 철저한 검문검색이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숙소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의 막판 실무협상을 최종 지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무협상에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체제보장(CVIG) 간 빅딜을 위한 최종 조율이 진행됐다.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공동선언문에 CVID 문구를 명문화하느냐에 회담 성패가 달려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실무협상이 끝난 후 김 대사와 최 부상 모두 취재진 앞에서는 굳은 표정으로 함구한 채 숙소로 떠났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진에는 최 부상이 김 대사 쪽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대사 역시 차분한 표정으로 최 부상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담겨있다. 두 사람은 오후 다시 만나 막판 협상을 이어갔다.

한때 김 위원장이 현지 경제시설을 시찰할 것이란 설이 돌면서 취재진 사이에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는 오후 경호원 수십명이 로비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경호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현 단장이 탄 미니버스와 경호원들이 탄 대형버스가 오후 2시23분쯤 숙소를 떠났다.

조셉 윤 전 전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호텔에서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윤 전 특별대표는 아침 식사 때 이수용 부위원장과 악수하며 친밀감을 표하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