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느슨한 트럼프·김정은 11일 ‘일정’… ‘깜짝 회동’ 가능성?

입력 2018-06-11 11:33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날밤 6시간 차이로 나란히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각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김 위원장과 ‘세기의 핵담판’을 목전에 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단순하다. 점심 때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이 첫 공식 일정이다. 오전 11시50분(한국시간 낮 12시50분)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10분부터 20분간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서 리 총리와 양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참모진이 참석하는 확대 정상회담과 실무 오찬이 예정돼 있다.

여기까지가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다. 12일 오전 9시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까지는 약 20시간 가량이 비어있다.

이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움직일까. 무엇보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 빅딜을 둘러싼 막판 실무협상을 최종 지휘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양측은 실무협상을 통해 신속하고 단계적인 비핵화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는 로드맵은 선제조치로 북한이 2~3개월 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국외로 반출하거나 자체 폐기하면 미국이 대북제재 및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북미수교 등 관계정상화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다. 이후 후속 회담을 통해 2020년까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마무리짓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성공의 조건으로 내세운 ‘CVID’를 양측이 명문화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양측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CVID를 명문화하고, 여기에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발표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타전될 경우 북미관계는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전문가들도 CVID 명문화를 회담 성공의 조건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측은 아직 김 위원장의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김 위원장이 CVID를 위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는 실무협상에서 정리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때문에 정상회담 직전까지 김 위원장의 결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극비리에 김 위원장과 ‘사전 담판’을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두 정상이 묵고 있는 숙소 간 거리는 불과 570m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실무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1일 오전 싱가포르 리츠칼튼호텔에서 만나 비핵화와 체제보장 조건, 합의문 문안 등을 놓고 최종 조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도 CVID 명문화와 2020년까지 비핵화 달성 등 미국 측의 요구조건과 함께 CVIG의 구체적 내용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북한 체제보장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의회 비준을 추진하는 방안, 대북 경제지원 및 북미관계 정상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북미 정상이 이미 싱가포르에 도착한 상황에서 실시간 지휘를 받는 상태에서 실무협상이 진행되는만큼 속도감있는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빅딜 조건에 양측이 합의점을 넓혀가더라도 최대 쟁점인 CVID 명문화는 두 정상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