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10일 경기도 유세 현장에서 ‘마녀사냥’을 언급하며 “마녀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할 길이 없다. 국민은 과거처럼 헛된 정보에 속아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부선 스캔들, 친형 강제입원 등 자신을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후보는 이어 “온 동네가 이재명을 죽이려고 난리”라면서 “소수 기득권자들의 저열한 공세에 굴하지 않고 여러분들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후보 측은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도 거듭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지지율 격차가 큰 만큼 선거 결과에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현장 분위기는 전혀 변화가 없다. 오히려 한국당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으로 시민들이 분노하고 결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사 선거 ‘김부선 스캔들’이 선거 사흘 전인 이날에도 계속됐다. 바른미래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가 김부선씨와의 관계를 부인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의혹 당사자인 김씨는 9일 한 언론을 통해 스캔들을 사실상 시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영하 성남시장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가 방송토론 등에서 김씨를 농락한 사실이 없다고 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친형 정신병원 입원과 관련해서도 허위사실공표와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박인복(이 후보의 형수)씨의 딸과 통화한 녹취록도 공개했다.
김부선씨는 9일 한 언론을 통해 “어느 여배우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이 후보와 스캔들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스캔들이 다시 불거진 이후 첫 입장 표명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TV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문제제기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통쾌했다”며 “김부선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식적인 사람은 다 알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2007년 말 처음 만났을 때는 시장이 아니었고 기혼 여부도 몰랐다. 이후 유부남인 걸 알고 헤어졌다 이듬해 다른 집회 현장에서 영화처럼 우연히 또 만난 게 팩트”라고 주장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공씨는 9일 저녁 “김부선씨와 오늘 장시간 통화했다. (김부선이) 죽으려고 했단다”며 “혹시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울었다고 했다”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글에서는 “증거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마음대로 짓밟으며 전 국민에게 뻔뻔스럽게 오리발을 내미는 그가 경악스러울 따름”이라고 썼다.
김씨의 난방비 투쟁을 도왔던 평화운동가 고은광순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가 난방 투사로 싸울 때 매일 새벽 한 시간씩 소통했다”며 “(김씨로부터) 이재명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고 말했다. 또 “관계가 끝날 무렵 이재명은 ‘둘 관계를 폭로하면 대마초 누범으로 3년은 살게 할 거니 입 닥쳐라’ 하고 떠났다”고도 주장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