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북동부의 밀림지대에서 20대 한국 여성이 실종 6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이 여성은 등산 도중 사진을 찍으려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에서도 20대 한국인 유학생이 관광지로 유명한 절벽에서 사진을 찍다 추락사한 적이 있다. 이름이 알려진 해외 협곡이나 절벽에서 무리한 ‘인증샷’을 남기려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호주 퀸즐랜드 경찰은 7일(현지시간) 퀸즐랜드 털리 인근의 타이슨산 록키 폭포에서 한국인 한모(25)씨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1일 혼자 등산에 나섰다가 동료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동료들은 한씨가 닷새가 지나도록 연락이 되지 않자 6일 실종신고를 했다.
호주 ABC뉴스에 따르면 타이슨산을 오르던 한씨는 타이슨산 정상 부근에서 미끄러져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 한씨는 추락 직전 사진을 몇 장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떨어진 뒤 5시간 이상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구조팀은 전했다. 구조팀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타이슨산 일대 수색에 나섰고 “도와달라”는 한씨의 외침을 들은 여행객들을 통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씨도 필사적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뒤 폭포까지 기어간 끝에 물을 발견할 수 있었고, 먹을 것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6일을 버텨냈다. 구조팀이 헬리콥터에서 구조대원을 18m 아래로 내려보낸 뒤 줄로 한씨를 묶어 극적으로 구해낼 수 있었다. 구조팀은 “한씨가 입고 있던 우의가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씨가 오른 코스는 평소에도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 알려져있다. 현지방송에 따르면 사고 당시 비 때문에 바위 등이 상당히 미끄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퀸즐랜드 여행사이트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타이슨산 등반에 대해 “매우 힘이 드는 코스”라면서도 “화창한 날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어서 올라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타이슨산 정상을 3번 올랐다는 한씨의 동료는 ABC뉴스에 “산에 갈 때마다 다시는 올라가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며 “한씨가 구조된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영국에서는 관광지로 유명한 세븐 시스터즈 절벽에서 20대 한국인 유학생이 사진을 찍다 60m 해안 절벽에서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유학생은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절벽 근처에서 공중에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했고, 사진에 집중한 나머지 절벽 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를 조사한 영국 경찰은 주변 증언들을 토대로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