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인 선발대회인 ‘미스 아메리카’가 97년간 이어온 수영복 심사와 이브닝 드레스 심사를 폐지키로 했다.
그레첸 칼슨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미스 아메리카는 더이상 미녀 선발대회가 아니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칼슨 위원장은 “출전자 역량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면서 “수영복 심사는 출전자와 심사위원단 간의 실시간 대화로 대체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를 대표하는 출전자들은 각자의 열정과 지성, ‘미스 아메리카’의 사명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게 된다. 또 미인대회의 또다른 상징이던 이브닝 드레스 대신 각자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른다.
올초 미스 아메리카 우승자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조직위원장에 오른 칼슨 위원장은 여성의 성 상품화와 성적 대상화 논란을 빚어온 수영복 심사 퇴출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그는 “많은 젊은 여성들로부터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참여하고 싶지만 수영복에 높은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오르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역량을 키우고, 리더십 기술을 배우고,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자의 뜻과 의지를 세상에 보여줄 기회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칼슨 위원장은 스탠퍼드대학 재학 중인 1988년 미스 미네소타에 선발됐고, 1989년 미스 아메리카에 올랐다. 이후 방송 앵커로 변신, CBS·폭스뉴스 등에서 일했다. 2016년 로저 에일스 당시 폭스뉴스 회장을 성희롱 및 부당 해고 혐의로 고소하면서 에일스 회장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지성과 미를 겸비한 미국 최고의 여성을 가린다는 취지로 1921년 처음 시작된 미스 아메리카대회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자를 뽑는 미스 USA 선발대회(1952년 시작)와는 차별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버전의 첫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는 오는 9월 9일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에서 개최되며, ABC방송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