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폭언·폭행으로 ‘갑질’ 논란을 빚은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4일 밤 기각됐다. 반나절 만에 경찰서를 빠져 나온 이씨는 지친 표정이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오후 1시쯤부터 종로경찰서에서 대기했다. 이후 기각 결정과 함께 오후 11시42분쯤 유치장을 나왔다.
경찰서 유치장 내 유일한 여성 피의자였던 이씨는 다른 피의자들과 섞이지 않고 홀로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시간여 만에 다시 취재진 앞에 선 이씨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시선은 줄곧 아래를 향해 있었다.
피해자 합의를 시도했냐는 질문에는 한숨을 푹 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죄송하다”는 답을 반복했다. “직원 폭행 혐의를 인정하나” “외국인 가사도우미 혐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소명하실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탑승해 종로서를 빠져나갔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폭행·특수폭행, 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운전자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 7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경비원에 전지가위를 던지고 호텔 조경 설계업자에게 폭행을 가하며 공사자재를 발로 차 업무를 방해하는 등 피해자 11명을 상대로 총 24건의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이씨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일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 및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