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가 던진 메시지 널리 전파됐다… 민생파탄 심판선거”

입력 2018-06-04 09:1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부터 지방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유세를 꺼리는 ‘홍준표 패싱’ 분위기가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선거유세에서 밀려난 셈이다.

홍 대표는 이를 ‘인물 대결’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유세에 나서면 ‘문재인-홍준표’ 대결이 돼버려 각 지역 후보들이 부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미 제가 던진 메시지는 널리 전파돼 이번 지방선거는 북풍선거가 아니라 민생파탄 심판선거가 됐습니다.”

◆ “내가 유세 나서니 문재인-홍준표 대결 구도”

홍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부 광역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며 “내가 유세에 나서니 문-홍 대결로 고착되고, 지금은 문 대통령 세상인데 문-홍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고, 민주당 후보는 북풍으로 선거를 치르려 하면서 문 대통령 뒤에 숨어버리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후보들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어 그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일(4일)부터 나는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이번 선거는 문-홍 대결이 아니라 지방행정을 누가 잘할 수 있느냐 하는 지방선거”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또 “제가 던진 메시지는 널리 전파돼 북풍선거가 아니라 민생파탄 심판선거가 됐다. 민주당이 이기면 이 나라는 일당 독재 국가로 간다. 민생과 견제가 이번 선거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유세 불참’은 한국당의 비공개 내부전략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와 중앙당은 정치경제 현안을, 선거 후보자들은 각 지역 민생문제를 다루는 ‘투트랙 선거전략’을 채택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이 북풍으로 선거판을 뒤덮어 경제 파탄, 사회 갈등 등 민생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지방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 유세 불참 첫날 다시 꺼내든 “위장평화”

‘민생선거’를 강조하며 유세에 나서지 않은 첫날 홍 대표는 다시 ‘위장평화론’을 언급했다. 8일 뒤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이 ‘위장평화회담’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나야 60살을 넘겨 살 만큼 살았지만, 내 자식, 내 손주, 내 국민이 북핵의 인질이 되어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눈물 나도록 안타깝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규정했었다.

홍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북회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남북은 합작하여 우리민족끼리를 외치고 있고, 미북은 합작하여 미 본토만 안전한 ICBM 폐기만 협상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북핵도 연방제 통일하면 우리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고, 미국은 20세기 초 가쓰라-테프트 밀약, 1938년 뮌헨회담, 1950년 애치슨라인 선포, 1973년 키신저-레둑토의 파리정전회담을 연상시키는 위장평화회담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향한 진행 상황을 “우리가 우려하던 대한민국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환상적 민족주의에 취해 국가 백년대계인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 나야 60살을 넘겨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가도 여한이 없지만 내 자식, 내 손주, 내 국민이 북핵의 인질이 되어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눈물 나도록 안타깝다”고 했다.

홍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들려오는 외신들을 보면 외교도 장사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호언장담하던 북핵 폐기는 간 데 없고, 한국의 친북 좌파 정권이 원하는 대로, 한국에서 손을 떼겠다는 신호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