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교체한 군 수뇌부는?… ‘文에 거수경례’ 박영식 ‘회의서 졸던’ 리명수

입력 2018-06-04 07:44 수정 2018-06-04 08:03
KBS 캡처

최근 교체됐다고 전해진 북한 군 수뇌부 3인방 중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리명수 총참모장은 국내에도 한 차례 소개됐던 인물이다. 박 전 인민무력상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해 화제가 됐고, 리 전 총참모장은 당중앙위원회 방청석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박 전 인민무력상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 공식수행원으로 참석했다. 회담 당일 오전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첫 대면한 뒤 판문점 광장으로 이동해 우리 군 사열을 진행했다. 이후 두 정상은 양측 수행원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군복 차림이었던 박 전 인민무력상은 악수를 건네는 문 대통령을 향해 거수경례했다. 리 전 총참모장도 마찬가지로 오른쪽 손끝을 모자 옆에 가져다 대며 예를 갖췄다.

리 전 총참모장은 지난달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하던 중 고개를 푹 숙이고 졸았다. 김 위원장이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알리고 핵실험 중단·경제건설 총력 등 새 전략노선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이 모습은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다. 당시 화면을 보면 다른 간부들은 김 위원장의 말을 종이에 받아 적는 반면 리 전 총참모장은 손에 펜을 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조는 모습을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연준 노동당 검열위원장이 지켜보는 장면도 방송에 포착됐다.

MBN 캡처

이를 두고 리 전 총참모장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얘기할 때 조는 것을 불경죄로 간주한다.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졸다가 처형됐다. 게다가 리 전 총참모장의 조는 모습을 발견했던 조 검열위원장은 모든 중앙당 간부들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등 고위간부 숙청에 관여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노광철 노동당 제2경제위원장을 신임 인민무력상으로, 리영길 총참모부 제1부총참장을 새 총참모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전임자였던 박영식과 리영수의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현지지도 장면을 전하며 김수길 당시 평양시당위원장을 “총정치국장 육군 대장”이라고 소개했다. 종전 총정치국장은 김정각이었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17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 수뇌부를 교체한 것은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른 군부 불만을 제어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