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싱가포르 가면 평양 누가 지키나

입력 2018-06-04 06:30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예정대로 개최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신변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장거리 이동이 경호상 부담도 있겠지만, 핵심 지도부가 모두 자리를 비우는 동안 내치(內治)를 맡을 인물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 파트너로 활약한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북미회담 배석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이들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회담 테이블에 배석한 바 있다.

또 외교통인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북미 회담 실무접촉을 담당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북미 정상회담에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싱가포르에서 조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만나 실무협의를 진행한 ‘김정은 일가 집사’ 김창선 서기실장도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지난 2013년 5월24일 중국 신화통신이 배포한 사진 속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왼쪽)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3월 25~28일 중국을 방문했다.

반면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조직지도부장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우는 사이 내부 조직통제와 실질적 영향력 행사는 최룡해 부위원장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부재중일 때) 가장 큰 영향력으로 내부 통제 등을 역할을 하는 것은 최룡해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권력 2인자 자리인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됐다. 당 조직지도부는 인사와 검열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당 중심의 북한체제에서 핵심 권력기구로 통한다.

또 최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전부터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할 인물로 키워졌고, 김 위원장의 군부 개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군내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김수길도 최룡해쪽 인물로 알려진 만큼, 김 위원장의 평양 부재시에도 최 부위원장을 통한 군부 통제가 원활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 5월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 방문 당시에도 최 부위원장을 공식 수행원으로 대동하지 않고 평양을 맡길 정도로 최 부위원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

(사진 =청와대 제공 영상 캡쳐) 김여정 부부장

다만 최 부위원장은 3월 김 위원장의 중국 베이징 비공개 방문시에는 동행했는데, 이때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수행원 명단에 없는 것으로 봤을 때 김 제1부부장이 평양에서 내치를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위원장이 3월 베이징 방문에 동행한 것은 김 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으로 의미가 크기 때문에 실력자를 직접 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담에는 배석하지 않았다.

노령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국가수반으로서 통상적인 내치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장은 지난 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방남과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공식수행원으로 한 것을 빼고는 3월부터 5월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활동에 수행원으로 참가하지 않았다.

박봉주 내각총리 역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박 총리도 베이징과 다롄 방문 당시 수행원 명단에 들지 못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박 총리는 통상적인 시찰활동을 하고 경제정책 등을 돌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두혈통’이 모두 북미회담에 참석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최룡해 부위원장이 동행하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평양에 남는 경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