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과 동맥을 헷갈려서 의료과실로 환자를 숨지게 한 대학병원 의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의사의 잘못으로 환자가 숨지게 됐다는 ‘과실 책임’을 분명히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4가지 이유를 들어 벌금형을 선고했고, 그 액수도 고작 700만원이었다.
이 의사가 이런 ‘선처’를 받게 된 사유는 △합의를 통한 피해자 유족의 탄원 △다른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이 개입됐을 여지 △전과가 없는 점 △이 사건 외에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점 등이었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안경록 판사는 3일 의료 과실로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안 판사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다수 의료진이 관여했기에 타인의 업무상 과실도 개입됐을 여지가 있다. 또 피고인은 아무런 전과가 없고, 이 사건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의사로서 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4년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다 입원한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바이러스성 수막염과 발작으로 인한 간질지속증을 앓던 B씨의 정맥에 카데터(가는 관)를 삽입해 약물을 투여하기로 결정하고 시술을 했다. 하지만 레지던트 신분으로 삽입술 경험이 10여 회에 불과했던 A씨는 카데터를 정맥이 아닌 동맥에 잘못 삽입해 B씨를 숨지게 만들었다.
A씨가 카데터를 삽입하기로 한 정맥은 동맥과 인접해 있어 잘못 삽입할 경우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투시경 등을 보며 조심스럽게 시술을 진행해야 하고 지도교수의 도움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A씨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