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조현병 환자에게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을 상대로 염산 테러를 예고한 1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혐의로 A(17)군을 지난달 31일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A군은 지난달 17일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 “이번 페미(페미니스트의 준말) 시위 때 정말 그날 온 페미들 다 학살할거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 내용에는 “염산으로 테러할 것”이라며 “혹시나 너희(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 이용자들)가 시위 참여할 일은 없겠지만 진짜 조심해라”고 적었다.
A군이 염산 테러 예고글을 올린 이날 2000여명의 여성들이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열고 2년 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살해된 20대 여성을 추모했다.
경찰은 게시물을 토대로 피의자를 추적해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독서실에서 A군을 붙잡았다. A군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으로, 경찰 조사에서 “실제 테러를 할 생각은 없었고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염산통을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염산 챙기고 (시위 현장으로) 출발한다”고 글을 올린 B(22)씨를 지난달 23일 체포했다. B씨는 이날 경찰이 불법촬영 수사에서 성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이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실제 테러할 생각은 없었으며 조회수를 올려 관심을 받고 싶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씨가 글과 함께 첨부한 사진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사진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사진을 가져다 쓴 것으로 드러났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