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당내 갈등을 불식하고 6·13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승리’란 표현 대신 ‘선전(善戰)’이란 단어를 택했다. 완패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수세에 몰린 선거판도를 인정하는 듯한 말이었다.
홍 대표의 ‘지방선거 선전’ 발언은 전날 4선 중진 정우택 의원과 거친 말로 공방을 벌인 뒤 이를 수습하는 취지의 페이스북 글에서 나왔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를 앞두고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에 지도부 흠집이나 내는 행태는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마의를 생각하면서 한없이 참아야 하는데 바로 반응하는 것은 아직도 내게 열정이 남았다는 증좌”라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29일 작심한 듯 홍준표 대표의 ‘2선 후퇴’를 촉구하는 공개 발언을 했다.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지키고 보수적 가치에 기반한 자유민주적 경제·사회 질서를 수호할 유일한 수권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자가당착에 빠진 당의 모습과 정국오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급변하게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한 홍 대표의 시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를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쳐짐으로써 당의 미래지향적 좌표설정에도 실패했다”며 “이대로 가면 6.13 지방선거는 보수 궤멸의 현실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특유의 거친 화법을 동원해 반박했다. 그는 강원도 원주에서 선거 관련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 사람(정 전 원내대표)은 충청도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구 도의원도 공천 못한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알아야지”라고 혹평했다.
홍 대표는 30일 페이스북 글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공직생활 36년간 나는 위기를 회피해 본 일도 없고 변명으로 위기를 대처해 본 일도 없다. 언제나 당당하게 원칙과 정도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며 "그런 일(정우택 발언)이 있을 때마다 그걸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당 내에 한명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무계파로 당 운영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당 지도부를 흔들어 왔지만 나는 괘념치 않았다. 그 속에서도 당을 재건했고 이제 그 노력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행히 국민의 관심이 남북에서 경제로 돌아가고 있어 안도감이 든다. 내 삶이 더 좋아졌다면 1번을 선택하시고 더 나빠졌다면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이번 선거"라고 강조했다.
◆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글 전문
지난 공직생활 36년간 나는 위기를 회피해 본 일도 없고 변명으로 위기를 대처해 본 일도 없습니다. 언제나 당당하게 원칙과 정도로 위기를 돌파해 왔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두가 합심해야 할때에 지도부 흠집이나 내는 행태는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일이 있을때마다 그걸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당내에 한명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무계파로 당 운영을 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지난 1년간 끊임 없이 당 지도부를 흔들어 왔지만 나는 괘념치 않았습니다. 그 속에서도 당을 재건하였고 이제 그 노력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마의를 생각하면서 한없이 참아야 하는데 바로 반응하는 것은 아직도 내게 열정이 남았다는 증좌일수도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행히 국민들의 관심이 남북에서 경제로 돌아가고 있어 안도감이 듭니다. 내 삶이 더 좋아졌다면 1번을 선택하시고 더 나빠졌다면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이번 선거입니다.
선거 참여만이 잘못된 정책을 바꿀 수 있습니다. 2번 찍어 세상을 두 배로 잘사는 나라로 만듭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