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객실 안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 승객을 혼낸 일화로 화제를 모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송에서 당시 상황과 뒷 얘기를 전했다.
김 장관은 29일 아리랑TV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에 출연해 'KTX에서 소란을 피운 승객을 혼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어떤 사연이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쑥스럽다”고 운을 뗀 김 장관은 “주말이면 지역구인 대구에 갔다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 승객이 큰 소리 정도가 아니라 여승무원에게 고함을 치고 윽박지르고 있었다”며 “알고보니 자신이 탄 기차를 놓치고 다른 기차를 탄 건데 좌석이 없다고 항의하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당시 승무원은 그 상황에서도 승객에게 미소를 잃지 않고 답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제가 그 승객에게 ‘그렇게 갑질을 하는 건 부당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 분이 좀 다짜고짜로 ‘당신이 뭔데 그래. 무슨 공무원이라도 되는거요’라고 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래 나 공무원입니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내용 자체는 작은 해프닝,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격려하는 핵심 내용은 ‘모두가 남의 일에 귀찮아하는데 그래도 당신이 그런 문제에 대해 체면 안 따지고 문제를 풀려고하는 자세가 괜찮아보였다’고 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공무원인 건 맞지 않느냐. 그래서 요새 공직자들한테 제가 조금 뜬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상황은 지난 20일 오후 3시20분 부산발 서울행 KTX 특실 안에서 벌어졌다. 한 승객이 좌석 문제를 항의하며 승무원에게 고함을 지르자 조용하던 객실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뀌었다. 승무원이 다른 좌석으로 안내했지만 이 승객의 항의는 계속됐다.
이를 보다못한 중년 남성이 나섰다. 사실 이 남성은 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이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제지했지만 진상 승객은 되레 화를 내며 김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다른 승객 A씨는 당시 오고간 대화를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A씨는 난동을 부리던 승객을 ‘싸움 아저씨’, 난동을 제압한 김 장관을 ‘말리는 아저씨’로 구분했다.
-싸움 아저씨: 당신이 뭔데 그래?
-말리는 아저씨: 어디에서 갑질하는 거예요? 왜 여승무원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윽박을 지르는 거예요? (옆 좌석의 일행에게) 보안관 불러!
-싸움 아저씨: 당신이 뭔데? 공무원이라도 돼? 뭐야? 당신!
-말리는 아저씨: 그래! 나 공무원이다! 당신이 이러는 거, 내가 두 번째로 봤어!
A씨는 “그렇게 말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싸움 아저씨가 계속 고함을 지르며 시끄럽게 했을 것이다. 공무원이 용감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열차에서 내릴 때까지 몰랐는데, 함께 내리던 다른 승객이 그 공무원이 김 장관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김 장관을 ‘KTX 의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