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문법 지적받은 트럼프의 편지… “초등생 수준” vs “누구나 이해”

입력 2018-05-28 15:58
사진=Yvonne Mason 페이스북/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쓴 편지가 형광펜과 첨삭 문구로 도배됐다. 미국의 전직 영어교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받고 첨삭해 되돌려 보낸 것이다. 그는 백악관을 통해 받은 편지에서 수많은 오류를 발견하고 펜을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편지 내용 중 10곳 이상이 색깔 펜으로 덧칠해졌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립학교에서 17년간 영작을 가르치다 은퇴한 이본 메이슨(61)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격 사건 희생자 가족을 만나달라는 편지를 보낸 뒤 뒤늦게 받은 답장이었다. 메이슨은 이전에도 백악관에 총기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규제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 편지를 보냈었다.

사진=Yvonne Mason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편지를 받은 메이슨은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편지 속 문법과 어휘력이 다소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메이슨은 “이것은 정말 형편없는 편지”라면서 “글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메이슨은 잘못된 대문자 사용이나 명료하지 않은 문장들을 첨삭했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편지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냈다.

메이슨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중학교에서 이렇게 썼다면 C나 C+를 주었을 것이고, 고등학교였다면 D를 줬을 것”이라며 “이 첨삭은 단순히 대통령의 글쓰기를 지적하려 했던 것만은 아니다. 총기사고에 대한 진실을 말하라는 분노를 담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첨삭하는 놀이가 해외 네티즌들 사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한 네티즌이 서한에 F 학점을 매긴 모습. (사진=뉴시스)

부동산 사업가이자 리얼리티 TV쇼 스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쉽고 간결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좋은(good), 나쁜(bad), 대단한(great) 같은 단순하고 쉬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에 2016년 대선 당시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 수준이 초등학생 같다는 조롱이 빗발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 짧은 문장이 그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