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2차회담’ 제안한 김정은… 김영철 향해 “꼭 하루 만이지?”

입력 2018-05-27 19:13 수정 2018-05-27 19:16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는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만 배석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극비리에 진행된 남북 정상의 2차 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안으로 26일 오후 성사됐다. 김 위원장이 회담 하루 전인 25일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두 정상의 극적인 만남 배경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 마련된 회담장에서도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도 바쁘게 보내셨죠. 얼마 전 미국도 다녀오시고”라며 “우리가 이런 위기상황에도 마음이 가까워지고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문 대통령과 한 달 만에 재회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향해 “이게 꼭 하루 만이지?”라고 물었고, 김 부위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판문점 선언 이후 많은 분이 기대를 가지고 있고 국제 사회도 다 같이 환영의 박수를 보냈는데 우리가 여기서 교착돼 넘어가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 “얼마든지 충분히 자주 만나서 얘기도 하고 같이 한 곳에 앉아 풀어나가는 것이 그때 한 약속을 이행하는 실천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렸던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에 머물렀던 일도 꺼냈다. “4·27 때도 외신들이 꼽은 명장면 중의 하나가 10초 동안 깜짝 넘어온 것이었는데”라며 “이번에 좋은 자리에 제대로 모시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좋은 열매를 키워 가을 초에 평양에 오시면 대통령 내외분을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가을에 평양을 방문해 제대로 대접받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남북 정상이 이렇게 쉽게 판문점에서 만난 것도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이것을 통해 평화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은 우리측 서훈 국정원장과 북측 김영철 부위원장만 배석한 채 진행됐다. 북한이 ‘서훈-김영철 라인’을 통해 김 위원장의 구상임을 알리며 회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두 사람의 접촉 이후 관련 장관들과 협의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북측 의사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이 승낙했다”며 “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실무 준비를 마치고 회담이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