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빈부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제이(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 과실이 고소득 가구에 집중되면서 계층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기업의 고용 감축으로 이어지면서 그 타격이 고스란히 저소득층에 쏠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단순히 저소득층 지원뿐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조절을 통해 고용지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은 24일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통해 지난 1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476만3000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2014년 1분기(5.0%)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계층 간 격차다. 소득 최상위 20% 가구(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015만1700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9.3% 올랐다. 상위 60∼80%인 4분위 가구 소득도 561만3600원으로 3.9% 늘었다. 반면 하위 계층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1분위(하위 20%) 가구는 128만6700원을 기록해 8.0% 감소했고, 2분위(20∼40%) 가구는 272만2260원으로 4.0% 줄었다.
이 때문에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5.95배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을 하위 20%의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분배가 불균등할수록 수치는 높아진다. 지난해 4분기에는 5분위 배율이 4.61배였다.
정부는 이를 인구구조 변화 때문으로 설명한다. 기획재정부 도규상 경제정책국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1분위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며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감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령층 증가만으로 1분기 분배지표 악화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추경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 증대를 추진해 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그동안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시장 상황이 분배지표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고, 감소한 일자리 타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4월 취업자 증가폭은 평균 20만∼30만명대에서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4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6만8000명 줄었고, 도소매·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서비스 일자리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시기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성과에 따른 상여금 지급이 많았다”며 “대부분 고소득 근로자 종사 비율이 높은 300인 이상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지표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성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성장 추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병행돼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