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은 ‘독이든 성배’라고 불린다. 5년 이상 버텨낸 감독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흔히 ‘명장’으로 불리는 스타감독 역시 예외는 없었다.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조세 무리뉴 감독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2016년 1월 5일 레알은 선수단 장악 실패와 팀의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라파엘 베니테즈를 경질했다. 베니테즈는 과거 발렌시아로 프리메라리가를 재패했으며 UEFA컵(현 유로파리그)를 우승한 감독이다. 리버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경험해 봤고 인터밀란과 첼시, 나폴리 등 거쳐간 클럽들 역시 화려하다.
그런 베니테즈를 내치고 차기 사령탑으로 선택한 감독은 바로 지단이었다. 지단을 선택했을 때 많은 의구심이 뒤따랐다. 팀의 전설적인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감독으로서 특별한 업적도 없는 지단의 레알 부임은 가히 충격이었다. 2010년부터 팀의 코치로 있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아왔지만 레알의 리저브 격인 카스티야B에서 3부 리그 감독을 맡아온 것이 그의 감독 커리어 전부였기 때문이다.
지단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이후 레알은 148경기를 치루며 103승 29무 16패의 성적을 거뒀다. 또한 390골을 득점하는 동안 단 159골을 실점했다. 경기당 수치로 환산하면 매경기 3대1의 스코어로 승리했다는 뜻이 된다.
들어 올린 트로피도 화려하다. 지난 시즌엔 5년만에 프리메라리가 왕좌를 되찾아 왔고, 2번의 유러피언 슈퍼컵과 2번의 클럽 월드컵, 1번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 개편이후 최초로 연속 우승을 달성했으며 현재 전무후무한 3연속 우승을 앞두고 있다.
지단은 자신만의 뚜렷한 전술 철학은 없는 감독이다. 하지만 뛰어난 카리스마로 선수단의 멘탈리티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분위기를 장악하는데 있어서는 최고였다. 어쩌면 최고의 스타들만 모여 있는 레알에는 가장 적합한 유형의 감독일지도 모른다.
그의 로테이션 정책 역시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리저브 출신 선수들과 2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기 수를 분배했다. 팀의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마저 이번 시즌 리그에 출전한 경기수가 단 27경기에 불과하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상위라운드에 올라가며 찾아온 강팀과의 경기에서 최고의 득점 감각을 발휘하며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다. 마르코 아센시오와 루카스 바스케스 등 특급 조커들을 활용한 지단의 용병술 역시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레알은 현재 프랑스 리그앙과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의 분데스리가 챔피언들을 모두 꺾고 결승에 올라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단의 감독직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레알 감독으로서 시즌을 ‘무관’으로 끝마친 이들은 대부분 경질로서 그 ‘죄’를 갚아야 했다. 지단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른 대회가 모두 종료된 시점에서 챔피언스리그는 현재 레알이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다음 시즌에서도 레알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단을 볼 수 있을까. 그러기위해서 지단은 오는 27일 있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 할 것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