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취재단 원산 도착, 몇시간 뒤 풍계리로… ‘폐기’ 이르면 24일

입력 2018-05-23 16:06
사진공동취재단 =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한국 공동취재단이 23일 남북 직항로를 통해 뒤늦게 방북했다. 북한은 현지 기상 상태를 고려해 이르면 24일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원산에서 취재 중인 윌 리플리 CNN 기자는 오후 3시5분 트위터를 통해 "한국 기자들을 태운 항공기가 방금 전 원산에 착륙했다"며 "그들은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비자발급이 거부된 후 마지막 순간에 추가됐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몇 시간 안에 풍계리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 평양 지국 책임자인 에릭 탤매지 역시 트위터에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가는 긴 여행이 곧 도로나 철로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취재진은 몇 시간 후 원산의 호텔을 떠날 것"이라고 적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정부가 통보한 취재단 명단을 수용했다. 통일부는 “판문점 연락채널 업무개시 통화 때 우리 측 2개 언론사 기자 8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고,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며 “정부는 방북 승인 및 수송 지원 등 필요 조치를 조속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취재단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VCN-235)를 타고 동해 직항로를 따라 강원도 원산으로 이동, 외신 기자단과 합류했다. 원산에는 기자단이 머물 숙소(갈마호텔)와 프레스센터가 있다.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이 시작되는 재덕역까지 거리는 약 416㎞로, 전용열차로 이동하는 데 12시간가량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덕역에서 위로 올라가면 경비 시설과 기술자 체류 구역이 있고 그 위에 갱도 지역이 있는 구조다. 국제기자단은 북한이 마련한 별도 장소에서 갱도 폭파 과정을 참관하게 된다.

이동 시간과 현지 기상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당초 밝힌 대로 24~25일 중 갱도 폭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추가 준비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앞서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5개국 언론사를 초청한다고 해놓고, 한국 취재단에만 방북 허가를 늦게 내줬다. 한국 취재단은 지난 2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 머물며 입국 허가 통보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이날 새벽 빈손 귀국한 상태였다. 나머지 4개국 기자단 20여명은 22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원산에 도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탑승할 정부 수송기가 23일 서울공항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 南 취재단 타고 간 ‘공군 5호기’는


남측 공동취재단이 원산까지 타고 간 비행기는 정부 수송기(VCN-235)다. ‘공군 5호기’로도 불리는 이 수송기는 당초 대통령 전용기로 쓰였다가 2008년부터 국무총리 등 정부 요인들이 공무 수행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 수송기는 1990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CN-235’ 수송기를 개조한 것이다. 40여명이 탈 수 있는 CN-235 기체 내부에 최대 22명이 탑승할 수 있는 귀빈용 좌석을 설치했다. ‘V’자를 붙인 것은 정부 고위인사(VIP)를 수송하는 데 쓰인다는 의미다. VCN-235의 최대 순항거리는 동북아 일대까지 이동할 수 있는 3500㎞이고, 최대속도는 시속 509㎞다. 2기의 엔진을 장착하며 고도 7.6㎞까지 상승해 비행할 수 있다. 양 날개에 대형 프로펠러가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는 20여대의 CN-235를 도입했으며 현재 2대를 공군 3호기, 공군 5호기로 운용 중이다. 군 관계자는 “정부가 수송기 운용을 맡고, 관리는 공군이 한다”며 “수송기가 방북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남측 취재단 방북에 정부 수송기를 투입한 이유는 촉박한 시간 때문이다. 외국 취재단이 이미 북한에 체류 중인 만큼 우리 정부가 민간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항공사와 협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는 남측 기자단이 정부 수송기를 타고 방북하는 데 대해 미국 측에 사전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특사단이 지난 3월 방북할 때에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보잉 737-3Z8)를 띄운 바 있다.

권지혜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