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패 발급하겠다”… ‘암행어사’ 공약까지 등장한 지방선거

입력 2018-05-22 14:47

“예산 낭비를 막겠다. 마패를 발급해 암행어사를 임명하고 부서별 예산 집행 내역을 수시로 감찰케 하겠다.”

전남 순천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허석 후보는 이 같은 ‘암행어사’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순천시의 각 부서에서 돈 쓰는 방식을 혁신하겠다며 구상한 방법이다. 허 후보는 실제로 분야별·직능별로 암행어사 ‘마패’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마패를 지닌 이들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해당 부서의 예산 집행을 비롯한 업무 상황을 수시로 감찰케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말이 그려진 마패를 통해 투명한 시정을 구현하고 그 업무를 수행하는 암행어사를 ‘청렴도시 순천’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처럼 6·13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이색공약이 줄을 잇고 있다. 김성모 더불어민주당 함평군수 후보는 최근 "군수에 당선되면 월급을 100원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4급 부군수를 둔 함평군수 연봉은 9100만원 수준이다. 월급 760여만을 100원만 빼고 모두 포기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1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인재양성 기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나경채 정의당 광주시장 후보는 성평등 화장실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남녀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면적을 사용하는 기존 화장실 대신 여성의 특성에 맞는 면적, 구조, 변기, 세면대를 적용해 생리컵 세척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광주 동구청장 선거에 나선 바른미래당 김영우 후보는 "청춘동(洞), 청춘로(路)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와 창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 특화지구를 조성하고, 청년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공약이라고 후보 측은 설명했다.

민주평화당 문태환 광주시의원 후보(광산2)는 "IMF 시대에 직격탄을 맞고도 청년, 노인, 여성층 밀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40∼60대 중장년층을 위해 전국 최초 중장년문화센터를 건립하겠다"고 공언했다.

윤민호 민중당 광주시장 후보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자치구별 마더센터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고, 무소속 양효석 순천시장 후보는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광주시교육감에 도전장을 낸 장휘국 후보는 북한 학생대표단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식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고, 광주교대 총장 출신 이정선 후보는 '휴전선 캠프'와 '고구려 열차', '개성 열차 운영'을 공약화했다. 국립대 교수인 최영태 후보는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북한 역사탐방"을 공언했다.

일각에서는 수조원의 재원을 필요로 하는 매머드급 공약이나 정부 승인이나 법률개정을 전제로 한 아님말고 식 정책과 민원성 공약도 남발돼 유권자들의 곱잖은 시선을 받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