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017.5.23’ MB ‘2018.5.23’… 많이 다를 ‘첫 재판’의 풍경

입력 2018-05-20 08:57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법정에 선다. 구속된 지 62일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7년 5월 23일이었다. 꼭 1년 뒤인 2018년 같은 날에 이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법정도 같다. 이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은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된다.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섰던 곳이다. 준비기일과 달리 공판기일은 피고인에게 참석 의무가 있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이 1년이란 시차를 두고 나란히 같은 법정에 서게 됐지만, 첫 재판의 풍경은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첫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본인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이어 모두진술이 진행된다.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박 전 대통령은 1년 전 모두진술을 유영하 변호사에게 맡겼다. 유 변호사는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을 마친 뒤 박 전 대통령에게 입장을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은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 한마디뿐이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모두진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분 분량의 발언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변호인이 밝혔다. 강훈 변호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의 심경이 변화하고 진술 방향 등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현재 모두진술을 수정해나가는 단계인데 어느 톤으로 해야 하는지 계속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얘기를 해야 할지,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쓰는 게 맞을지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되신 것 같다”며 “출석하는 것은 이미 결정했고, 모두진술을 10분 정도로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그에 맞춰 양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진술에서 검사는 공소사실을 낭독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그 밖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법정 분위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 때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초창기에 방청석이 늘 꽉 차 있었다. 방청권은 꽤 높은 경쟁률 속에 추첨이 이뤄졌다. 법정을 찾는 지지자가 많았고 재판장이 매번 ‘정숙’을 당부하며 ‘경고성 발언’을 해야 했을 정도로 소란과 해프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첫 재판의 방청권은 신청자가 많지 않아 ‘미달’된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앞서 세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는 증거인부서를 냈다. “함께 일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측근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다시 세우지 않겠다”는 이 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털어놓는 측근들의 진술조서까지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수백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재판 지연 전략'을 폈던 박 전 대통령과는 대비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는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핵심 측근들과 증인 100여 명이 줄줄이 재판에 불려 나왔다. 이번엔 증인신문이 줄어들어 재판도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