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개혁하는가 싶더니… 여성인권 운동가 7명 체포

입력 2018-05-19 16:48 수정 2018-05-19 23:37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2014년 3월 29일 여성의 운전금지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로 운전하고 있던 한 여성의 자료사진. 사우디 당국은 2017년 9월 마침내 사상 최초로 여성의 운전면허 취득과 남성 보호자없는 자동차 운전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여성인권 운동가 7명을 돌연 체포했다.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듯 했던 사우디의 개혁 정책이 서방을 향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힘을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사우디의 여성 운전 금지령과 후견인 제도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여성인권 운동가 아지자 알 유세프 등 7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들 활동가들이 외국 정치권과 접촉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당국이 이들의 입을 막으려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RW는 "지난해 여성 운전금지령 해제가 발표된 날 사우디 당국이 인권 운동가들을 소집했다"며 "언론에 의견을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왕위계승서열 제1순위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와 보수적 사회 전반에 변화를 주기 위해 '비전2030'이라는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건국기념일 축제 행사장에 건국 이래 최초로 여성 입장을 허용하는 등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여성의 운전금지령은 다음달 해제된다.

중동 인권 전문가 사라 리 윗슨은 "왕세자의 개혁은 여권·인권 신장을 꾀하는 진정한 사우디의 개혁주의자들에게 오히려 공포"라며 "체포된 활동가들의 유일한 혐의는 왕세자가 추진하기도 전에 여성의 운전 권리를 주장했다는 것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민영 선임기자 my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