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하는 남친에게 ‘3억’ 받은 여성이 분노한 까닭

입력 2018-05-17 15:04
경찰이 술집서 발견된 여행 가방을 확인하는 모습. 가방 안에는 한화로 약 3억원이 들어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두 남녀가 술집서 마주 앉았다. 남성이 여성에게 커다란 여행 가방을 건넸다.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한 여성이 순간 얼굴을 크게 찌푸렸다.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남성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여성도 가방을 그대로 두고 술집을 벗어났다. 가방에는 한화로 약 3억원이 들어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경찰에 현금 200만 위안(약 3억4000만원)이 든 가방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신고자는 술집 종업원이었다.

술집 직원들은 밤 10시쯤 커다란 가방을 든 남성이 여성 2명과 가게에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세 사람은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더니 돌연 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방 주인은 IT 기업에서 일하는 23세 남성이었고 여성 둘 중 한 명이 그의 여자친구였다. 남성은 가방에 든 돈이 여자친구에게 줄 ‘이별비’였다고 밝혔다.

이별비는 요즘 일부 젊은 중국 커플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결별 문화’다.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이 그간 쓴 데이트 비용을 추산하거나 상대의 심적 고통을 고려해 돈을 건네는 방식이다. 의무는 아니지만 돈이 예상보다 적거나 아예 주지 않을 경우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IT 남성’의 여자친구도 “금액이 부족하다”며 화를 낸 거였다. 애초에 여성은 남성에게 1000만 위안(약 17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돈을 준비하자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냐. 너나 가져라”고 말한 뒤 술집을 떠났다. 남성은 경찰에 “돈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경찰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후 돈 가방을 돌려줬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